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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낭자 그녀들의 아름다운 도전

by 김종현

최근 유튜브에서 정말 반가운 영상을 봤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대표팀이 FIFA 주관 청소년 월드컵서 우승한 영상이었다. 지금봐도 정말 뭉클하다.


이들의 여정을 그린 SBS 다큐는 이 멘트로 시작한다.


“편견과 숱하게 싸워온 애들이다. 여자가 무슨 축구냐 그러잖아요”


[사진출처=SBS 유튜브 영상 캡처]


당시 결승전에 뛴 태극낭자는 인터뷰서 이렇게 회고한다.


“우리가 한국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역사를 써 보자”


우리나라 여자축구는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정말 빈약한 환경과 인프라를 갖고 있다. 17세 이하 태극낭자들이 우승하고 언니들이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서 스위스, 가나, 멕시코를 꺾고 3위에 올랐을 때 국내 언론이 제일 주목한 건 ‘열악한 환경’이다.


당시 우리나라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었던 조광래 전 감독은 태극낭자들의 잇따른 낭보에 경탄을 아끼지 않았다.


조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서 “여자 청소년 축구 대표팀 지도자들이 열악한 환경에도 운동장에서 함께 뛰고 가르치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경남 구단 감독을 할 때 여민지 선수가 다니는 함안 대산고 앞을 많이 지나다녔다. 새벽부터 훈련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감탄했다”고 말했다.


[사진출처=SBS 유튜브 영상 캡처]


나는 여자축구 소식을 접할 때마다 한 문장만 생각난다.


‘도대체 저 환경과 여건 속에서 어떻게 저렇게까지 최선을 다하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건가’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1948년 런던 올림픽부터 굵직한 세계 대회에 참가했다. 월드컵은 71년 전인 1954년 스위스 월드컵부터 참가했다. 국제대회 참가 역사만 해도 80여 년이 된다.


국가 1인당 GNP가 100달러도 되지 않던 가난한 시절 우리나라 정부는 남자 축구대표팀엔 큰 돈을 지원했다. 지금 기준으론 너무 적지만 가난한 당시 상황에 비하면 큰 돈을 스포츠에 부었다. 1948년 런던올림픽 참가 당시엔 영국으로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 및 배편, 이동 경비를 지원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엔 이승만 대통령이 “져서 올 거면 바다에 빠져 죽어라”며 반드시 이기고 오란 당부도 남겼다. 당시 최종예선 상대는 일본이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일본과 최종예선서 승리하고 스위스 월드컵 티켓을 따낸 우리나라 대표팀은 5개국을 경유해 스위스에 도착했다. 일본 도쿄서 태국 방콕, 인도, 파키스탄, 이탈리아, 스위스로 갔고 이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지원했다.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금까지 총 11번 월드컵 본선에 나섰다. 본선 첫 승과 4강 진출 타이틀을 따낸 2002년 전엔 본선 무대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무승부가 최고 결과물이었다.


올림픽에선 2012년 런던 올림픽 전까진 메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8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엄청난 기회와 비용을 투자하고서야 성과를 냈다.


여자축구는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서 본선 첫 승과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조별리그서 우리 첫 승 제물이 된 국가는 무적함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스페인이었다.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스페인전 승리 후 종편채널 TV조선이 뉴스를 통해 여자대표팀 소식을 보도한 장면. [사진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스페인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에 비해 실력이나 여러 결과물서 뒤쳐진단 지적이 있지만 성과나 지원, 환경 측면선 우리나라보다 훨씬 낫다.


더 놀라운 건 그 이전에 출전한 월드컵이 2003년 호주ㆍ뉴질랜드 여자월드컵 단 한 대회뿐이란 점이다. 남자 대표팀이 수십 년간 문을 두들기고 6번 대회를 나간 끝에 얻어낸 결과물을 여자 대표팀은 단 두 번 만에 이뤄냈다.


2010년 17세 이하 여자 청소년 월드컵서 우리나라에 패해 눈물을 삼켰던 일본 대표팀은 1년 뒤 성인 대회 독일 여자월드컵서 아시아 국가론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다. 이미 여자월드컵서 2번이나 우승한 미국을 결승전서 꺾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진출처=FIFA 유튜브 영상 캡처]


지금도 여자축구 기사나 소식을 접할 때 내 관심사는 하나다.


‘지금은 더 지원해주나. 아직도 힘들게 운동하며 꿈을 키우고 있나. 협회나 기관, 기업의 관심은 더 많아졌나’


15년 전 결승전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악수하며 해맑은 웃음꽃을 피우고 세계 정상의 자리에 섰던 태극낭자들. 그리고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며 피나는 노력을 하는 오늘의 태극낭자들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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