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불빛

엄마가 아이에게 보내는 이야기

by 효기



한때, 세상은 빛으로 가득했어요.
길에도, 집에도, 하늘에도 어둠이 없었죠.
밤이 와도 별은 보이지 않았어요.
대신 반짝이는 화면들과 빛이 밤하늘을 대신했지요.


아이들도 모두 그 빛을 사랑했어요.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에 웃는 얼굴, 춤추는 영상, 반짝이는 세상이 있었거든요.
그건 너무 예쁘고, 너무 빠르고, 너무 쉬웠어요.
눈을 감기엔 아까운 세상이었어요.


그중에 하늘이라는 아이가 있었어요.
하늘이는 매일 밤 이불 속에서 휴대폰을 꼭 쥐었어요.
잠이 들기 전까지, 손가락은 쉼 없이 화면을 넘겼죠.

엄마는 말했어요.
“하늘아, 이제 그만 보고 자자.”
하지만 하늘이는 대답했어요.
“조금만 더요, 엄마. 이건 내 세상이에요.”

엄마는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다만,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했죠.
“정말, 그게 네 세상일까?”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의 모든 불빛이 꺼졌어요.
갑자기, 아무 예고도 없이요.

휴대폰도, TV도, 거리의 불빛도 모두 사라졌어요.
사람들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어요.
“이게 뭐야? 불 켜! 세상이 꺼졌어!”

하늘이도 울고 싶었어요.
손에 쥔 휴대폰은 더 이상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화면은 검은 거울처럼 자기 얼굴만 비췄어요.


그때 하늘이는 처음으로 자기 눈을 마주봤어요.

“이게… 나야?”
낯설었어요.
자신의 얼굴을, 자기 눈동자를 이렇게 오래 본 건 처음이었어요.

조용했어요.
빛이 없으니, 들리는 건 자신의 심장 소리뿐이었죠.
쿵, 쿵.
그리고 아주 작게 들리는 바람 소리,
엄마의 숨소리.

세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며칠이 흘렀어요.
하늘이는 놀라운 걸 발견했어요.
자기 가슴 근처에서 아주 작은 빛이 깜빡이고 있었던 거예요.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지만,
엄마의 손을 잡자,
그 빛이 조금 더 밝아졌어요.
그리고 옆집 아주머니도, 학교 친구도
모두의 가슴에서 작은 빛이 피어나기 시작했어요.

그건 전기가 아니었어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색의, **‘마음의 불빛’**이었어요.


하늘이는 속삭였어요.
“세상이 어두워진 게 아니라,
우리가 너무 밝은 빛만 보느라
진짜 빛을 잃었던 거구나.”

엄마는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어요.
“그래, 하늘아.
진짜 빛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네 안에 있는 거야.”


그날 밤,
하늘이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봤어요.
별이 반짝였어요.
오랜만에 돌아온, 진짜 하늘의 빛이었죠.

그 별빛 아래서
하늘이는 자기 가슴 속 반딧불을 꼭 껴안았어요.


“이건 나의 불빛이야.
세상이 다시 켜져도,
나는 이 빛을 잊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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