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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Nov 10. 2021

[월간꽃꽂이] Prologue

손 끝으로 완성한 꽃다발은 살아 숨 쉬는 그림이 되고

꽃꽂이의 매력에 빠지다


 꽃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꼭 한껏 멋을 부린 꽃다발이 아니더라도 좋아요. 길가에 핀 들꽃을 보아도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계절마다 다르게 피는 꽃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꽃이 주는 매력은 무궁무진합니다.


 먼저 직관적인 아름다움, 즉 저마다 다른 색과 개성 있는 모양새입니다. 저는 장미와 국화가 그렇게 종류가 많은 줄 몰랐어요. 카네이션은 어버이날에 흔히 볼 수 있는 빨간색 혹은 진분홍색만 있는 게 아니었군요. 장미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장미가 아니래요, 리시안셔스라네요. 꽃시장에 들어서면 다채로운 꽃더미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비슷한 듯 다른 꽃은 자세히 보면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답니다.


 다음으로, 꽃은 어떻게 조합하냐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든 도화지에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멋들어진 그림은 아닐지 몰라도 나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나만의 그림이랍니다. 꽃의 다양한 색을 물감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꽃병은 도화지입니다. 나의 생각을 담아 한 송이 한 송이 꽂다 보면 어느새 그 생각이 아름다운 색으로 피어 있을 거예요.






처음부터 꽃꽂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어요


 옛날에는 절화라고 하면 꽃다발을 떠올렸고, 그것은 졸업식이나 기념일 등 아주 특별한 날에만 선물로 받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집안 어른들은 화분을 키우면 키웠지, 절화는 금방 시들기 때문에 사지 말라고 하셨어요. 어릴 때는 그런가 보다 싶었죠. 한 마디로 절화를 접할 일도, 관심도 없었습니다.


 조금씩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건 종종 꽃다발을 선물 받을 때부터였어요. 첫 데이트 날 남자친구가 작은 꽃다발을 선물했어요. 졸업식 이후로 처음 받아보는지라 집에 가서 꽃 오래 키우는 법, 온종일 검색하고 신경 썼던 기억이 나네요. 어차피 시들 것을 알지만 하루라도 더 오래 보고 싶었어요. 저에게는 의미 있는 선물이었으니. 또 직장에서는 상사가 종종 꽃을 사 오실 때가 있었어요. 꽃이 주는 좋은 기운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매일 물을 갈아주시고 잎을 정리하시고, 엄청난 정성이 필요했어요. 새로운 꽃을 품에 안고 오실 때면 매번 새로운 꽃을 만났어요. 와, 이렇게나 꽃 종류가 많구나.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꽃상가에서 들인 꽃. 지하상가 쪽은 도매와 소매 중간쯤 되는 것 같아요.


 칙칙한 집안에 기분전환으로 꽃이나 놓아볼까, 싶은 마음으로 처음으로 꽃꽂이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약간의 장벽이 남아 있었던 터라 아주 조금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꽃도매시장에 다녀온 뒤로 그 생각은 저 멀리 하늘 위로...) 꽃의 'ㄲ'자도 몰랐던 저는 컨디셔닝, 물올림 등 아무런 지식 없이 시작했어요. 하지만 관심이 생기니 알아서 찾아보고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꽃도매시장 첫 입성기


 언젠가 버킷리스트에 '꼭두새벽에 양재꽃시장 다녀오기'를 들인 적이 있어요. 솔직히 그때는 아주 약간의 겉멋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꽃에 관심이 생기고 나니 정말 발로 뛰며 꽃을 들여오고 싶었어요.


 아침잠이 많은 슬픈 영혼에게 양재꽃시장이나 고속터미널 꽃시장은 무리인지라 오후까지 열려 있는 남대문 꽃시장에 처음 가보았어요. 와, 여기가 천국이구나. 입구에서부터 서늘하고도 신선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어요. 조용한 것 같으면서도 약간의 어수선함이 있는 곳. 다소 칙칙할 수 있는 조명이지만 형형색색 꽃들이 충분히 분위기를 밝히고 있었어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말을 거는 데에 거리낌 없는 저는 여러 사장님께 이 꽃은 이름이 뭐예요, 참 많이 묻고 다녔습니다. '이게 그거였구나'싶은 이름만 알고 있던 꽃들도 만날 수 있었어요. 두둑이 챙겨간 현금을 바쁘게 주고받고, 그렇게 신문지에 돌돌 말릴 꽃다발을 품에 한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대로 지하철을 타면 종종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저는 오로지 얼른 집에 가서 꽃꽂이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팔이 아픈 줄도 몰랐답니다.






월간 꽃꽂이, 달마다 나의 생각을 담아


 그 후 저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꽃시장에 다녀오기로 했어요. 이제는 꽃을 들이는 돈도 아깝지 않아요. 팔이 뻐근하도록 한아름 품에 안아도 3만 원 남짓이니, 여기가 천국이 아니면 뭐란 말이에요? 아직은 꽃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지만 천천히 배워보려고 합니다.


 월간 꽃꽂이를 하면서 무엇보다 꽃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싱그러운 꽃을 하루라도 더 오래 보고 싶다'였다면 지금은 '꽃이 핀 순간부터 지는 순간까지 함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큽니다. 꽃은 질 때도 충분히 아름답더라고요. 어쩌면 매일매일 물을 갈아주고 잎을 다듬고, 저의 정성이 담긴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보통은 월 초에 꽃시장에 다녀오는 편입니다. 꽃꽂이가 끝난 후 저의 생각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월간 꽃꽂이는 매월 중순쯤 업로드할 생각입니다. '이번 달 저의 생각은 이렇답니다'를 꽃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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