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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Nov 11. 2021

[월간꽃꽂이] 몽글몽글 알록달록 피어오르는 솜사탕

파스텔 색 조합과 화려한 거베라 꽃꽂이

파스텔 색감을 살린, 아기자기한 느낌


 월간 꽃꽂이의 첫 컨셉은 자유, 즉 정말 제 마음이 가는 대로 조합해보기였어요. 아직은 꽃에 대한 지식이 전무할 때라서 꽃시장을 두어 바퀴 돌아보고 즉석에서 생각나는 대로 들여왔어요. 사실 꽃 도매시장은 워낙 넓고 꽃 종류만 수십 가지이기 때문에, 대략적인 컨셉을 생각하고 가지 않으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요. 저도 이날 이후로는 달마다 컨셉과 색감을 정해서 가자고 마음먹었답니다.


 서툰 것도 하나의 매력이 된 9월의 꽃꽂이,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구입처 : 남대문 꽃 도매시장 

**월~목 03:00~15:00 / 금~토 03:00~16:00 / 공휴일 오전 영업 / 일요일 휴무


총지출 : 29,000원

-거베라(연핑크) : 10개 7,000원

-거베라(자주색) : 10개 5,000원

-소국(노란색) : 2단 6,000원

-유칼립투스 : 1단 3,000원

-옥시페탈룸 : 1단 7,000원

**옥시페탈룸은 '블루스타'라는 다른 이름도 있어요.

-서비스 꽃 : 1단 1,000원



 일단 꽃시장에 들어서면, 내가 찾던 꽃이 보이더라도 섣불리 들이지 마시고 두세 바퀴는 그냥 쭉 둘러보세요. 같은 꽃이더라도 집집마다 가격이 조금씩 달라요. 물론 꽃 컨디션(싱싱함) 차이도 있겠지만, 선물용이 아닌 이상 아주 컨디션이 나쁘지만 않으면 봐줄 만합니다. 저는 자주색 거베라를 2,000원 더 싸게 샀는데 컨디션도 자주색이 연핑크색보다 좋았어요... 연핑크색은 꽃시장의 메인 스트리트(?)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들였고, 자주색은 한 블록 지나 조금 한산한 곳에서 들였어요. 그러니 많이 돌아다녀보고 많이 묻다 보면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꽃을 들이실 수 있어요.


 꽃시장에서 가장 흔하게, 다양한 종류를 볼 수 있는 건 국화와 장미라고 생각해요. 색깔도 크기도 엄청나게 다양해요. 소국은 베이스 꽃으로 가장 무난하게 꽂을 수 있는 꽃이에요. 줄기가 나무처럼 단단한 편이에요. 손질은 조금 힘들 수 있지만 다른 힘없는 꽃을 받쳐주는 지지대 역할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오래가는 꽃이기도 하고요.


 처음 들여오면 줄기에 입사귀도 다닥다닥 붙어 있고, 길이도 길기 때문에 꽃병에 꽂기 위해서는 컨디셔닝이 필요해요.


1. 줄기가 단단한 꽃(국화 등 대부분의 꽃)은 줄기를 자를 때 사선으로 잘라 주세요. 표면적이 넓어지면 물올림이 더 잘 된답니다.

2. 줄기가 무른 꽃이나 속이 비어 있는 꽃(거베라 등)은 물에 담겨 있으면 더 빨리 무르기 때문에 사선보다는 직각으로 잘라 주시는 게 좋아요.

3. 꽃병에 물을 다 채울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물은 자주 갈아줘야 하고, 물에 담긴 만큼 세균이 번식되기 때문에 줄기 끝이 4~5cm 정도 잠길 만큼만 채워 주세요.

4. 물에 잠기는 부분은 꽃잎을 깨끗하게 제거해 주세요. 꽃잎이 물에 들어가면 물에 절여(?)지고 금방 물이 지저분해져요.






 저는 꽃꽂이를 할 때 우선 가장 뒤편에 꽂을 높은 꽃을 컨디셔닝 해요. 줄기는 한 번 자르면 돌이킬 수 없으니 신중해야 하거든요. 뒤편에 꽂을 꽃은 줄기가 길어야 잘 보이겠죠? 계단에 선 것처럼요. 그래서 뒤편부터 앞으로 올수록 줄기를 조금씩 짧게 해 주시면 자연스럽게 계단식으로 꽃꽂이를 할 수 있어요.


 

 위 사진에서 왼편에 빼꼼 튀어나온 솔방울 같은 꽃은 에렌지움이에요. 오른쪽 연노란색 꽃은 카네이션. 이 두 가지는 꽃 도매시장에 다녀오기 전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꽃집에서 들여왔던 거예요. 쌩쌩하길래 재탕을... 카네이션은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데 에렌지움은 저 조합에서는 쬐금 미스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위 사진에 꽃병을 보시면 물을 높게 채워놨는데... 저때는 물을 조금만 넣어야 한다는 걸 몰랐을 때에요. 저 다음날 바로 알아서 그때부터는 물을 조금만 채웠어요.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샛노란 소국으로 베이스를 깔고 연핑크색 거베라와 파란 옥시페탈룸으로 포인트를 줬어요. 옥시페탈룸은 신기한 꽃이에요. 피기 전에는 꽃봉오리가 연보라색이었다가 활짝 필 때는 파란 꽃이 피고, 질 때는 다시 연보라색으로 변해요. 색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는 꽃이에요.








 사실 자주색 거베라는 막판에 충동적으로(?) 들인 거라서 막상 손질할 때는 어떻게 조합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거베라만 꽂으려고 했다가 저 동그란 연보랏빛 퐁퐁소국이 아직 쌩쌩해서 같이 꽂아보고... 뒤가 허전해서 유칼립투스로 채우고, 서비스로 싸게 주신 꽃도 같이 조합해봤어요. 지금 보니 살짝 촌스러워 보이기도. 그치만 꽃은 다 예쁘니까요!


 이날 들여온 꽃으로 꽃다발이 4개 정도 나왔어요. 위 사진에서 2개, 다른 하나는 현관에. 마지막 하나는 직장에 가져갔어요. 아래 사진입니다.  저희 집 테이블에 놓아둔 꽃과 색 조합은 같게 했어요. 거기다가 유칼립투스만 조금 추가했어요. 



 꽃, 그것도 절화를 가꾸려면 부지런해야 합니다. 물도 자주 갈아주어야 하고 물에 담겨 있던 줄기 부분이 물러 있으면 바로바로 잘라주어야 해요. 하지만 늘 귀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제가 꽃과 함께하기 위해 부지런해지는 걸 보니 나쁘지만은 않더라고요. 다음 달에는 어떤 꽃을 들여올까 기대가 되기도 했어요. 정성을 다할 수 있는 취미가 생겨서 기뻐요.


 9월의 꽃꽂이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10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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