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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Jan 28. 2022

두 살배기 아기vs새우, 모두가 놀란 승부의 결과는?

무슨 아기가 새우를 저렇게 많이 먹어요?

 다들 마음속에 소울푸드 하나씩은 품고 산다. 아니, 하나로는 부족하다. 여러 개나 품고 산다. 자고로 소울푸드라 함은 애인처럼 늘 생각나는 것이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존재다. 삼시 세 끼를 다 먹을 수 있게 해 준다면 기꺼이 먹을 수도 있는 게 소울푸드다. 이 정도면 인생의 동반자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소울푸드는 언제부터 소울푸드가 됐을까? 처음으로 운명의 맛을 만난 순간은 언제인가? 여기 내가 첫 만남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소울푸드가 있다.


 나의 새우 사랑은 두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당연히 기억이 없고, 어머니께서 기억하시는 그날의 상황을 받아 적어본다. 다만 어머니도 정확하게 누구를 위한 잔치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신다고 한다. 어쨌거나 아무개의 돌잔치였다. 요즘은 돌잔치 문화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으나 그때만 해도 결혼식만큼이나 화려하게 열지 않았나. 단상을 세우고 알록달록 상차림에, 그날의 주인공은 센터 차지. 우리 가족은 테이블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창 축하가 끝나고 식사 시간이 돌아왔을 때 나는 본의 아니게 주인공 다음으로 주목받았다. (주인공보다, 아니 주인공만큼 주목받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제 막 두 발의 자유를 얻은 두 살짜리 아기가 글쎄, 아주 전투적으로 새우를 먹어치우는 것이다. 아니 새우만 먹어치웠다. 다른 음식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새우만. 접시 한가득 새우를 줄줄이 쌓아두고 희번덕한 얼굴로 새우와 전투를 치렀다.


"무슨 아기가 새우를 저렇게 많이 먹어요?"


 비아냥거림이 아니라 정말 신기해서였다. 그 조그마한 아기 배에 들어가면 얼마나 들어간다고,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었다. 전투의 결과는 아기 승. 아마 그날 새우의 8할은 이 아기가 해치웠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날의 나는 그 많은 새우를 맛이나 알고 먹었을까?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원, 답을 찾을 수는 없다.


 그 후 2n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새우라면 그저 좋다. 살면서 입맛은 자꾸 바뀐다는데 새우는 단 한 번도 멀리하고 싶었던 적이 없다. 노릇노릇 구운 새우의 고소한 향과 바삭한 껍데기. 그 속에 튼실하게 찬 살까지. 생새우는 또 어떠하리, 탱글탱글한 속살을 먼저 맛본 뒤 바삭한 꼬리로 마무리.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인생의 소울푸드는 몇 있으나 가장 유서 깊은(?) 소울푸드는 단연코 새우다. 비록 우리 첫 만남은 아득하지만 오래오래 해 먹어요. 통통하고 바삭한 새우에게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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