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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Dec 11. 2021

떡볶이를 먹다가 우두둑 소리가 났다

내가 돌을 씹었나?


 가랑비가 총총 내리던 날이었다. 그날은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총동창 운동회가 있는 날이었다. 나와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어머니도 그곳에 가셨다. 할머니는 동네 할머니들과 놀러 나가시고, 나는 집에 할아버지와 함께 남았다. 문득 심심해진 나는 우산을 펴고 초등학교로 향했다. 그냥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그렇게 부모 뻘 되는 어른들 사이를 살피고 또 살피다 겨우 어머니를 발견했다.     


 “엄마!”

 “네가 여기 웬일이니?”     


 어머니는 우산을 든 나에게 가서 떡볶이라도 사 먹으라며 용돈 천 원을 쥐어 주었다. 그 시절에는 천 원이면 그날 하루만큼은 부자였다. 나는 그 돈으로 빗속을 뚫고 문방구 표 떡볶이 천 원어치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평소에 문방구에서 파는 불량식품이나 떡볶이, 꼬치 등을 못 먹게 하셨는데 그날은 흔쾌히 먹으라고 하시니,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면서도 설렜다. 떡볶이 한 컵이 사람 마음을 이렇게 뒤흔든다.


 어쨌든 나는 이쑤시개를 들고 방금 사온 떡볶이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에는 부침개와 막걸리가 생각난다고 하지 않는가. 꼬마에게 비 오는 날은 부침개보다 떡볶이였다. 그때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아주 이상하고도 소름 끼치는 느낌이 들었다. 떡볶이를 씹을 때에도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함께 씹혔다. 동시에 어딘가 허전한, 그러니까 꼭 나사가 하나 빠진 듯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떡볶이를 먹다가 그만 앞니가 빠진 것이다. 갑자기 입맛이 똑 떨어졌다. 불과 5분 전까지만 해도 맛있게 먹을 생각뿐이었는데. 덕분에 나는 그토록 먹고 싶었던 떡볶이를 다 먹지도 못하고 내내 찝찝한 상태였다.     


 “엄마, 나 아까 이 빠졌어. 떡볶이 먹다가.”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호탕하게 웃었다. 나는 유치가 흔들릴 때면 매번 치과에 가서 미리 뽑아버렸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빠진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아직도 느낌이 생생하다. 말캉하면서도 오소소 소름이 돋는. 그래도 그날 이후 치과에 가지 않아도 어금니까지 순조롭게(?) 저절로 빠지게 내버려 뒀으니,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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