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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할래? 사무원 할래?

공무원:국가 또는 지방 자치 단체의 업무를 담당하고 집행하는 사람.

by GOLDRAGON

이직과 직업에 대한 고민이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다.
나는 정규직 공무원이 아니다. '공무직'이라는 이름 아래 일하는 공직자다.

말이 공직이지, 실상은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만 일할 수 있는 구조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삶.
그 불안이 늘 내 곁에 있다.
이 일을, 과연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그렇다고 지금 와서 고시원에 들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돌이켜 보면, 내 삶은 꽤나 굴곡이 많았다.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떠밀린 적도 있었다.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동업, 크고 작은 사업,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버텨온 시간들.

한우물을 파는 대신,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었고, 그렇게 발을 들인 것이 지역 정치였다.
처음엔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다.
주민의 선택을 받아 선출직 공직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단순히 정치인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나는 선출이라는 결과를 통해, 그동안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주변 사람들 앞에 나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왔고,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과 싸워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원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의지 하나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내 나이만 남았다.
그리고 현실.


내 또래의 동년배들은 지금쯤 어떤 자리에서건 아마도 관리자, 또는 간부의 자리에 앉아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경력을 쌓고, 안정적인 자리를 만들어가며 사회 안에서 '위치'와 '보상'을 받아가고 있다.
그에 비해 나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생계를 고민하고 있다.
가끔은 이 차이가 뼈아프게 느껴진다.

그렇게 어느 갈림길 앞에 서게 됐다.
간판도, 방향도 없는 길목에서, 막막하게.

그러던 중 우연히 한 공고를 보게 됐다.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
낯선 단어는 아니었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마음이 좀 달랐다.
가볍게 넘기지 않고, 깊이 들여다봤다.

이 직책은 국가가 인정하는 '정식 공무원'이다.
하지만 일반 공무원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급여는 9급 말단 수준이고, 임용 방식은 필기시험이 아닌 서류와 면접 중심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처우는 더욱 다르다.
승진도 없고, 호봉도 없고, 연금도 없다.
명절휴가비나 상여금 같은 혜택도 없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말 그대로 '임기제'다.
2년 계약 후 최대 3년 연장 가능.
5년이 지나면 다시 채용 공고를 기다려야 하고, 또다시 문을 두드려야 한다.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서동재 검사역의 배우 이준혁

며칠 전 뉴스에서는 8년 차 비정규 공무원이 대통령에게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이 나왔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대우를 받는 현실.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대통령은 그 호소를, 한 마디로 잘라버렸다.

나는 같은 대우를 요구하고 싶지 않다.
그들도 오랜 시간 고시원에서, 학원에서, 시험지를 붙잡고 버틴 사람들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임기제 공무원은 '낙하산'처럼 보일 수도 있다.
역지사지.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비슷한 구조를 가진 예로, 나는 경찰 조직의 '특채 경장'이라는 제도가 떠오른다.
경찰 조직 내에서도 특채로 들어온 이들은 정규 채용된 순경들과 다른 경로를 거쳤지만,
보수나 승진의 기회는 상대적으로 더 열려 있는 편이다.
하지만 임기제 공무원은 그것조차 없다.
채용방식만 다를 뿐, 승진도, 처우개선도, 구조적 배려도 없다.
다르면서도 같은 일을 하는 이 구조는, 결국 혼란과 마찰을 낳는다.

물론 임기제 공무원이 쉽게 되는 자리는 아니다.
필기시험은 없지만, 서류와 면접이 결코 만만치 않다.
그리고 들어간 뒤의 현실은 더 복잡하다.
들리는 얘기로는, '늘공'(늘 공무원)과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업무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보수와 처우는 분명 다르다.
그런데 업무는 같거나 오히려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이것은 과연 공정한가?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자기 위치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 된다.
자신이 받는 만큼, 기여하면 된다.

문제는 그 균형이 지켜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조직은 때로 보수 이상의 헌신을 강요하고,
개인은 그와는 다른 역할을 하면서도 동일한 대우를 요구한다.

이 모든 것들이 갈등의 뿌리다.
비정상적인 구조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지원서를 제출했고, 서류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통과된다면 면접을 준비할 것이고, 떨어진다면 지금 맡은 일을 계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지원을 계기로, 나는 이 제도와 구조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바란다.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이 모든 제도에 대해
조금 더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기준과 방향을 마련해 주시길.


마지막으로, 뉴스에서 대통령이 외쳤던 말이 떠오른다.

"공무원, 공직에 있는 사람은 돈 보기를 마귀 보듯 해야 합니다."

공직의 청렴을 말하고 싶었겠지만,

나는 생각한다.


정당한 대우 없는 희생은,
결국 착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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