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그 녀석과 만나지게 될 날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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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GOLDRAGON 곡:SUNO
서울 명지중학교 2학년, 내 나이 열다섯.
그 시절 나는 온실 속의 화초였다. 덩치도 작고, 성격도 수줍고,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 못하던,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평범한 아이. 내가 다녔던 명지초등학교는 사립이었다. 소위 말하는 ‘돈 많은 집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였고, 그런 배경은 공립 출신 아이들 사이에서 타깃이 되기 충분했다.
그리고, 나는 그중 하나였다. 정확히 말하면, 먹잇감이었다.
그중에서도 '정영주'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나보다 한참 앞서 자라 있었다. 키도 컸고, 몸은 이미 고등학생 형들 같았다. 수염까지 났고, 운동신경도 좋았으며 공부까지 잘했다. 그를 따르는 몇 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친구는 '이창민'이었다. 그는 신체적 폭력은 없었지만, 압정을 의자에 놓는 식의 소심하고 집요한 괴롭힘을 이어갔다.
'정영주'는 날 이유 없이 괴롭혔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은,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다.
당시 내가 친하게 지내던 친구 중에 '이세용'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같은 반이었고, '정영주'와도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덩치도 크고 싸움도 잘하는 친구였기에, '정영주'는 세용이 앞에서는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일종의 '암묵적인 조약'처럼 보였다. 하지만 세용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달랐다.
어느 날, 2학년 때 내 짝이던 '김주원'이가 '정영주'의 반에 같이 놀러 가자고 했다.
난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괜찮다며 자꾸 설득했다. 결국 따라갔다.
그리고... '정영주'와 눈이 마주쳤다.
"야, 네가 여긴 왜 왔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뺨에 싸늘한 충격이 닿았다.
싸대기.
눈이 번쩍했다.
당황스러움, 억울함, 그리고 분노.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서 소리 죽여 울었다.
'김주원'은 나를 감싸며 정영주에게 "왜 그러냐"라고 했지만, 나는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깨어졌음을 느꼈다.
그리고 다짐했다.
힘이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걸, 그 어린 나이에 알아버렸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나는 소위 '짱'이라 불리는 무리에게 접근했다.
그들과 어울리며 점차 내 주변에선 나를 함부로 대하는 아이들이 사라졌다.
무리와 서열, 보호와 위협.
그 구조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몸으로 익혔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키도, 덩치도, 말투도 친구들도 모든 것이 변했다.
나에 대한 소문은 이미 퍼져 있었고, 아무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은 단 한 번도 누구도 함부로 대하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진짜 나를 알아보는 진정한 친구들과 좋은 기억과 우정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세용'을 다시 만나게 됐다.
그는 내 변해버린 풍채와 학창 시절의 소문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고, 나를 보며 놀라워했다.
그런데 술이 조금 오르자, 그는 실언을 하기 시작했다.
"야, 내가 너 고등학교 올라갈 때, 아는 애들한테 너 좀 잘 챙겨달라고 말해놨어."
그 말에 피가 확 돌았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나를 만난 녀석은 남자들 사이의 특유의 세 보이고 싶은 자존심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그저 그가 오래전 중학교 시절처럼 나를 보호해 주며 내 머리 위에 서고 싶어서 만들어낸, 자기 위안 같은 말이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주먹이 먼저 나갔겠지만, 나는 참았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기에.
그렇게 우리 사이의 연락은 자연스레 끊겼다.
서로 보고 싶지 않은 이유가 분명했으니깐.
지금도 가끔, 꿈을 꾼다.
싸대기를 맞았던 그날의 기억.
억울해서 꺽꺽 울던 내 모습.
압정을 피해 조심조심 앉았던 내 어린 날.
그리고 그 억울함을 주먹 대신 참고 삼켰던 수많은 날들.
나는 지금도 '정영주'를 마주치는 상상을 한다.
그를 보면 나는 어떤 말을 할까?
혹시 나도 모르게 울분의 감정이 폭발해버리진 않을까?
아니면 담담하게, 그 시절의 내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기억은 지금도 내 안에 생생히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언젠가 그와 마주칠 날을 기다린다는 것.
그날, 나는 그 앞에서
내 가슴속 깊은 울분을, 반드시 전해줄 것이다.
"그때 나는 소심하고 약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의 그 시절은, 내가 잊지 않는 한 나를 더욱 의지 곧고 단단하게 만든다."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마주쳐서 그 시절의 내가 듣지 못한 대답을 들을 날을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