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같은 사람이 나를 눈뜨게 한 것들
살면서 세 명 정도의 '사기꾼'을 스쳐간 것 같다.
이게 많은 건지, 아니면 누구나 한 번쯤 살면서 겪는 일인지 가끔 생각해 본다.
어쩌면 특별한 일도 아닐지 모른다. 다만 그때의 나는 늘 처음이었고, 그래서 매번 크게 배웠다.
처음은 헬스클럽 창업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인테리어에 대한 아무런 경험도 없던 나는, 대형 포털사이트 상단에 노출된 업체를 보고 별다른 의심 없이 연락을 했다. 그는 공실을 둘러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쉽지 않은 작업이네요. 그래도 제가 만들어보겠습니다."
그 말이 그땐 어떤 표현보다도 든든하게 들렸다.
전문가처럼 보였고,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이상했던 건, 공사 이야기보다 사람이 먼저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그는 따로 시간을 내어 술자리를 만들었고, 밥을 사며 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 이 일을 선택하게 된 이유까지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나는 그를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된 뒤 상황은 달라졌다.
중도금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처음 견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금액이 불어나있었다.
이의를 제기하자 그는 공사를 멈췄다.
시간에 쫓기는 쪽은 나였다.
결국 나는 그의 요구에 끌려다니다가,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지점에서 관계를 끊고 다른 업체에 마무리를 맡겼다. 이후 소송을 진행했지만 그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나중에 들은 소식으로는, 다른 곳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사기를 치다 결국 잡혀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그 경험은 쓰게 남았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었지만, 나는 사람 보는 눈이 크게 나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금전적인 손실보다 더 크게 남은 것은 사람에 대한 신뢰,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이었다.
지역사회에서의 관계 속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겉으로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내 이름과 신뢰가 타인의 목적에 이용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나의 목표와 열정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사람들.
그들의 말은 늘 크고 그럴듯했다.
정치를 이야기하고, 더 큰 판과 비전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들의 중심에는 결국 나 자신보다 그들의 야욕과 손익만이 계산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정리하려 한다.
엮였던 관계들을 하나씩 끊어내고, 본래의 나로 돌아가기 위해.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사람을 완벽하게 알아보는 눈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것.
대신, 잘못된 관계에서 빠져나오는 힘은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내 곁에는 여전히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그들은 가족처럼 곁에 남아 어렵고 힘들 때마다 끊임없이 나를 격려해 주었다.
그들은 내게 보물과도 같은 존재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인연을 스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제는 바란다.
나에게 상처를 남기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주며
같은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차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람들을 구별해 내고 알아볼 수 있는 慧眼(혜안)을 갖게 되기를.
이쯤에서 나름의 생존? 팁 세 가지 정도를 남겨본다.(이런 류의 사람은 고민해 보길)
처음 만났는데 너무 좋은 사람
→ 일단 의심부터 하진 말고, 관계 진행의 속도를 반으로 줄이기
나를 위해 뭐든 해줄 것 같은 사람(말은 많고 장황스러운데 무슨 소린지 모르게 얼버무리는 사람)
→ 정말 그러는지 진득하게 지켜보며 주변소문에 어느 정도 귀 기울이기
"이건 형님(누님/동생/너)만 아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
→ 대부분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인생에서 만나는 사기꾼 수를
세 명에서 '두 명 반' 정도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예전의 나보다는, 여러분들 만큼은 조금 덜 당하길 바라는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