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낙타등의 연속이다.

내리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오르막길이 있다.

by 양양이

로드 자전거를 타면서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코스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낙타등 코스였다. 산이 70%를 차지고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자전거 라이딩을 하기에 좋은 지형은 아니다. 평지는 거의 없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항상 연속으로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낙타등 코스는 구불구불한 능선으로 이뤄진 산지지형을 말하는 것인데 낙타등 모양으로 생겨서 그렇게 부르곤 했다. 오르막길이 쭉 있고 정상에 도착하는 등산과는 달랐다. 오르막길이 있다가도 곧 내리막길이 생기고 또다시 오르막길이 펼쳐진다. 이런 코스들이 짧게 짧게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평지를 라이딩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코스이다. 물론 자전거 고수들은 그 코스를 더 좋아하기도 했다. 힘들게 오르막을 올라가다가도 내리막길이 나오면 오히려 더 빠르게 페달을 굴려 가속도를 붙여 그 탄력으로 오르막길을 조금은 더 수월하게 오른다. 그게 놀이기구 타는 것처럼 재밌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끊임없이 연결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연속일 뿐이었다. 체중이 나가는 편이라, 오르막길을 수월하게 오를 수 없었다.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도 겁이 많아 페달을 더 세게 밟을 수 없었다. 언제나 브레이크를 잡고 천천히 내려가는 통에 다시 등장한 오르막길에서 탄력을 받을 수 없었다. 나에게는 그저 힘들게 오르는 길과 무서운 내리막길만 있었을 뿐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오른다는 것은 걸어서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바퀴는 둥근데 앞으로 굴려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몸무게와 자전거의 무게까지 짊어지고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했다. 때로는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보다 훨씬 느리고 힘들었다. 그래서 자전거는 체중이 가볍고 자전거가 가벼울수록 유리했다. 페달을 한번 한번 굴릴 때마다 너무 힘이 들었다. 자전거는 늘 멈출 듯 멈출 듯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올라갔다. 그런 나를 보고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했다. 저렇게 속도가 느리면 분명 멈춰서 자전거가 옆으로 넘어질 것 같은데 기꺼이 그다음 페달을 또 굴린다고 말이다. 빠르게 페달을 굴려야 오히려 더 수월한데 나의 체력은 그 정도가 되질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힘들다고 자전거에 내려와서 끌고 올라가는 것을 치욕으로 여겼다. 중간에 포기하는 근성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치욕스러워서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나는 오르막길에서 자전거를 멈춰서 내리는 법을 몰랐다. 로드 자전거 페달에 신발이 부착되어 있었는데, 자전거를 멈추려면 순식간에 신발을 페달에서 떼내야 했다. 초보자였던 나에게 오르막길에서 그 스킬을 시도하는 것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끝없이 연결되어 있는데, 언제 다시 내려오고 언제 다시 타서 출발하고 하겠느냐 말이다. 재정비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일행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산속 코스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면 금세 해가 져버린다. 어두울 때 자전거 타는 것은 더 위험했고, 땀으로 젖은 옷이 식으면서 체온을 떨어트렸다. 한번 코스를 시작했으면 내 발로 자전거를 타고 도착지까지 가지 않는 이상 누가 데려다줄 수 없었다. 나 스스로 무조건 도착지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해야만 했다.


그렇게 힘들어하는 나를 다행히도 일행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코스를 다 마친 사람은 다시 되돌아와 내 속도에 맞춰서 같이 타주기도 하고, 심지어 손으로 내 등을 밀어주기도 했다. 그러면 혼자 코스를 오를 때보다 훨씬 힘이 났다. 나를 버리고 가진 않았다. 그래서 겨우 나는 해가 지기 전에 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다. 심지어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울며 불며 타기도 했다. 하지만 나와 같이 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인생도 아마 이런 낙타등의 연속 일지도 모른다. 나에겐 늘 잘 닦여진 좋은 평지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늘 오르막길이 있으면 곧바로 내리막길이 나왔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가다 보면 이내 오르막길이 또 나왔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쉬웠던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는 놀이기구처럼 쉬웠던 길도 나에게는 고통의 연속일 뿐일 때도 있었다. 힘들게 올라가서 겨우 내리막길 편하게 내려올 수 있겠지 해도 그 내리막길도 편하지 않았고, 곧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했다. 나 스스로 발을 굴리지 않으면 넘어져 지나가는 차에 치일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늘 고통을 참기 위해 우는 날도 많았고, 언제쯤 이 고통이 끝이 날까 보이지 않는 삶의 길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키워진 근육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삶의 고통과 고난이 반복되면서 쌓이는 지혜는 언젠가 이 연속적인 낙타등 코스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날이 올 것이다. 내리막길에 발을 힘차게 굴러서 오르막길 끝까지 바로 탄력을 받아서 올라갈 수 있는 삶의 지혜 같은 것 말이다. 누구든 올라가는 길이 있으면 내려가는 길도 반드시 나온다. 하지만 이내 곧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다시 나오기도 한다. 힘들게 쌓아 올린 것들이 무너졌다고 생각이 들 때, 오히려 생각을 뒤집어 그것을 원동력 삼아 더 빨리 힘껏 올라가 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내려갈 것을 미리 예측해서 늘 발을 더 힘차게 굴릴 준비를 하고 있거나 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인생의 낙타등을 지나다 보면 언젠가 현명하게 인생을 지나는 방법을 터득할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외롭고 힘들지 않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살면서 언제 어디든지 나올 수 있는 구불구불한 낙타등 코스를 현명히 지날 수 있도록 마음의 근육을 더욱 단단히 해 본다.



keyword
이전 09화한치도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에서 우리가 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