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이 사라지면, 원동력 마저 사라진다.
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인정받기 원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아마도 우리는 인정받기 위한 노예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士爲知己者死(사위지기자사) 요, 女爲悅己者容(여위열기자용)이라". 즉 사내대장부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용모를 꾸민다. 그 옛날 춘추전국 시대 진나라의 예양(豫讓)이 말했다. 인간은 사랑받기 위해 인정을 받고 싶어 하고, 인정받아야 사랑받는다고 생각한다. 인정을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런 인정욕구에 사로잡히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놓치기 마련이다.
어떤 일을 하면서 인정 받기 시작하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내가 더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고, 나 자신이 이 세상에 굉장히 쓸모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인정"이야말로 굉장한 도파민 덩어리다. 인정받는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지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인정받지 못할 때는 그야말로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의욕은 사라지고, 열심히 할 동기가 사라진다. 나 자신은 그야말로 세상에 불필요한 존재처럼 느껴지고 스스로 가치 없다고 생각해 버릴 수 있다. 내 자존감을 너무나 쉽게 좌지우지한다. 인정이라는 도파민은 너무나 무섭다.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 도파민이다. 남들에 의해서만 생겨날 수 있고, 자기 스스로를 천국으로 지옥으로 매일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는 항상 똑같았다. 하지만 인정욕구에 따라 나는 매번 흔들리고, 불안하고, 휘청거렸다. 남들의 기준대로, 남들이 정해주는 시선대로 나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도 인정욕구 하나만 바라보면서 늘 열심이었다.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 회사에서 목을 빼고 인정받기를 기다렸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괴롭게 느껴졌다. 열심히 노력해도 승진이 되지 않는 나를 탓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내가 승진이 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인정을 받지 못해서만은 아니었다. 회사의 시스템이 있었고, 회사의 성장이 멈춰져 있었다. 어디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나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스스로 무능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 회사는 초고속으로 성장을 하고 있는 회사였고, 올라갈 자리가 많았다. 그리고 내가 이제껏 했던 노력의 30%도 하지 않았음에도 금세 인정받고 승진할 수 있었다. 아무 노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내가 이미 잘하고, 잘 아는 분야였기 때문에 수월하게 일을 잘할 수 있었다. 이 두 가지만 비교해도 인정이라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나는 늘 똑같이 열심히 했고, 잘하려 했지만 승진의 기회는 나만 잘한다고 되지 않았다. 회사의 성장 속도에 따라 나도 인정받느냐 아니냐, 더 성장하느냐 마느냐가 달려 있던 것이다. 승진도 사실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고, 나 스스로가 나에게 유리한 회사를 잘 고른 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꼭 나의 능력만으로 인정이라는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남들이 정해주는 인정이라는 것은 사실 너무나 상대적인 것이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적인 요소도 함께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나 스스로 알고 있지 않나, 나는 천재가 아니고, 완벽하지도 않다는 것을. 늘 인정받는 위치에서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남들에게 인정받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을 스스로 남에 손에 쥐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정받으면 나는 능력 있는 사람, 인정받지 못하면 무능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내 능력과 가치는 내가 이뤄내고 만들어 가는 것인데, 남에게 그 기회를 주는 것과 똑같다. 똑같이 노력했어도, 어느 곳에서는 인정받고, 어느 곳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또 인정받는 곳에 간다고 해서 늘, 항상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남들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순간에도 사실은 나의 가치는 늘 똑같다. 나는 늘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남들에게 내가 얼마나 인정받는지에 대해서,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 편이다. 인정이라는 욕구는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것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스스로 나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해 주는 편이 인생을 조금은 더 완성되게 해 주었다. 남들에게 받는 인정은 그저 조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내가 노력했어도 인정받지 못했다면, 왜 그런 것인지 분석하는 도구로만 사용하게 되었다. 내가 실수를 했다던지, 잘 해내지 못한 부분도 분명 있을 테니까. 그것을 보완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스스로를 인정해 주는 것이 사실 굉장히 어렵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이기 때문에 스스로는 알고 있다. 내가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나, 그렇지 못했나. 남들의 인정보다 더 받기 어려운 것이 스스로의 인정이다. 그리고 내가 최선을 다 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그것이 내 능력의 최대치였을 테니까. 다 이루지 못했다면, 다시 시작하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 그저 될 때까지 하면 되는 일이다.
어떤 일을 할 때, 나 스스로 내가 맘에 든다면 그것은 성공한 것이다. 타인의 기준으로 우리의 인생을 쥐락펴락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된다.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면 그 장소를 옮기거나, 내가 아직 부족함을 인정하고 노력하거나 하면 된다. 인정이라는 것의 기준은 늘 객관적이지만은 않고,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잘할 순 없다. 어떤 부분에서는 잘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못한다. 그것만 스스로 인정하면 그만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그 기준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방법을 택했으면 한다. 나의 가치를 인정 할 수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어려운 사람은 스스로 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