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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nie Apr 26. 2024

바르셀로나에서의 하루

24시간이 채 되지 않는 레이오버 즐기기.

안녕하세요. 뜬금없지만 전 지금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비행을 왔고 하루를 보내고, 곧 잠에 드려합니다. 


오늘은 하루를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갑작스레 들어 비행을 와서도 글을 적게 되었어요. 

크루라는 삶의 조금은 어두운 이면에 대해 남겨보고 싶어요. 


오늘은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었어요. 스페인이야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건 말하기가 입 아프죠. 

그렇게 음식을 잔뜩 먹다 보니.. 먹는 게 행복해서일까 음식을 먹는 행위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음식을 잔뜩 먹고 나니 이게 뭔가 하는 생각. 보상심리일까 단순히 일이 힘들었으니 이곳에서의 짧은 시간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맛있는 음식을 잔뜩 경험하면 이곳에서의 시간이 알찼다고 느끼는 걸까. 나도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왜인지 너무나도 좋은 곳에 와서 마음이 불편하다. 


아 기억하고 싶은 거. 호텔 근처 레스토랑에서 뽈뽀 먹고 계산하는데 파란 머리, 보라색 반짝이는 네일을 한 남자 직원이 내 네일 컬러를 칭찬해 줬다. 큰 의미 없을 수 있지만 하루종일 홀로 지낸 나에게는 그 한 마디의 칭찬이 참 고맙고 활짝 웃던 그 직원의 모습을 쭉 기억하고 싶다. 그냥 별말 없이 계산만 하고 갔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런 작은 칭찬이 문화일 수 있고 외국에선 흔한 일일 수 있지만 한국인인 나에게는 참 크게 와닿는다. 나도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할 수 있는 활짝 크게 웃는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갈수록 소극적으로 변하는 내 모습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누구보다 외향적이어야 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며 나의 본성은 더욱 소심해져만 간다. 모두 화려한 겉모습만 봐서는 안 된다. 어떠한 일을 하는 누구든 모두에게나.. 판단은 성급하다. 


너무 배 부르고 , 맛있던 뽈뽀도 이미 배부른 상태라 최선으로 맛있게 즐기지 못하고 남겼다는 아쉬움과 그 직원과의 아주 잠깐의 스몰토크로 큰 위로를 받고 가게를 나서자마자 웃긴 일이 생겼다. 


내 바로 앞을 지나가던 아저씨가 방귀를 뀐 것. 난 헤드셋을 끼고 있었지만 다 들렸고.. 뒤에 있던 아저씨 친구들이 방금 너냐? 너 뒤에 레이디가 헤드셋 끼고 있어서 망정이지 다행인 줄 알아 이놈아.라고 하는데 난 다 듣고 있었어요. 웃참하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혼자 웃음을 숨기다 또 문득 이렇게 웃긴 일을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쓸쓸함이 확 느껴졌다. 

오늘 하루 너무나도 와보고 싶던 바르셀로나에 올 수 있어 기쁘면서도 비행이 힘들었고, 도착해서는 밤샘 비행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라도 하루가 채 되지 않는 레이오버를 즐겨야 한단 생각에 꾸역꾸역 두 번에 나눠 외출을 했다. 참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하루입니다. 이 생활을 할수록 느끼는 건 작은 거에 감사하고 행복함을 알고 사는 인생이 값지다는 것. 무엇보다 사람이 크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작은 거에도 웃고 즐기며 장미 한 송이 건넬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4월 2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_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리에서 모두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다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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