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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nie Jun 13. 2024

2번째 오클랜드에서의 데이트

지금은 오클랜드에서 도하로 이미 돌아와 있고, 이번 비행에서는 조금 새로운 인연과 함께 하는 레옵을 보냈다! 

회사 동료로 알고 지내는 한국인 크루가 워홀 중 함께 살았던 (7살에 이민을 와서 지금은 국적이 뉴질랜드인) 교포와 함께 한 하루. 비가 오고 흐린 겨울이 시작되는 오클랜드였지만 잔잔하고 재미있었다. 


사실 쌩판 모르는 남이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맞는 건가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레옵이 유난히 긴 오클랜드라 2박이나 되는 시간 동안 혼자 보내는 것보단 새로운 인연과 함께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나의 생각.. 


이럴 땐 꽤나 외향적인 편인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아직까지 두려움 보단 설렘이 있는 나다. 이런 설렘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무작정 회사 동료에게 하루만 나랑 놀아줄 수 있냐고 물었고, 마침 랜딩 당일이 일요일이라 가능했다. 감사하게도 호텔로 픽업을 와주셨고 잠을 한 3-4시간 잤나.. 물론 컨디션은 안 좋았지만 약속은 지키고 싶고 다녀와서 쉬자는 마인드로 어느 때처럼 후다닥 준비하고 나갔다.


카톡으로 몇 마디 대화를 나눈 게 전부였던 초면인 분의 차를 얻어 타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분이 내려서 인사하신 방향이 오른쪽임에도 불구하고.. 난 조수석을 찾아 자연스레 오른쪽으로.. ㅎ 미친 걸까 ㅎ 순간 왼쪽 운전석에서 반대방향으로 넘어오신 줄(?) 말도 안 되는 거. 그렇게 Orewa Beach 지역으로 향했고, 동네 바닷가의 느낌이 강했다. 우리한텐 딤섬이 익숙한데 얌차(yumcha)라고 하셔서 순간 무슨 음식인가 전혀 못 알아들었다. 


둘이서 네 접시? 얼마 안 되는 양을 먹고.. (사실 약간의 어색함도.. ) 

중식집이라 그런 지 따듯한 녹차를 주셨는데.. 그 차를 리필해서 따듯한 차를 실컷 마셨다.


하루를 자세히 묘사하는 것보다는 어떤 대화에서 어떤 신박함이 있었고 어느 파트가 인상적이었는지 적고 싶다. 갈수록 새로운 사람을 알고 또 무엇보다 너무나도 다른 배경의 사람과의 대화에서 느낀 새로움이 있었기에. 


얌차를 먹고 카페를 가려는데 오클랜드는 모든 카페가 오후 3-4시면 닫는 분위기다! 


결국 시티에 위치한 교포님의 회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어딜 갈까 하다 그의 제안으로 회사 오피스에 가서 커피머신으로 직접 라테를 만들어 먹었다. 우유 스티밍까지.. (나름 실력이 아직 죽지 않았어. silky 하다며 칭찬 받았다구) 너무나도 오랜만에 커피머신을 만졌고, 카페에서 사용하는 큰 머신이 아닌 작은 머신이라 더욱 어색했다. 


그래도.. 내가 언제 오클랜드에 직장 생활하는 분을 따라 오피스에 들어와 보겠어? 

잠깐의 설렘도 느꼈다. (오피스 잡이란 어떨까 & 오클랜드에서 직장 생활하는 기분이란 어떨까 )


아, 그 분과의 대화에서 기억에 남는 거 처음에 만나서 이동 중에 서로 어떤 전공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guess 해보라했더니 누가 봐도 문과래. 아티스트.. 쪽이냐고 예술의 모든 분야를 언급했다. 음악, 그림, 글쓰기 사실 생각해 보니 그림 빼고 나머지 둘은 내가 모두 흥미 있어하는 취미와 같은 영역이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며 나름 기분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누군가 알아준 느낌? 내가 좋아하는 무드나 분야가 나의 이미지에서 엿보인다는 뿌듯함이랄까. 비행 중 랜덤으로 만나는 크루들과 하는 guess 와는 달라서 새롭고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은 나의 모습에서 누군가에게 무언가 추측해 보라는 경우는 드무니까! 


이 분의 형은 원래 미술을 하시던 분인데, 프랑스 여자분을 만나서 현재는 원래 하시던 일과는 딴 판인 비건 베이커리를 운영 중이시라고 했다. 너무나도 새로웠고, 본인의 분야가 아닌데도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하고 싶은 일을 정해 꾸려나가는 모습이 멋졌다. 


이런 대화에 흥미를 느끼며 드는 생각은, 아, 나 뻔한 거 안 좋아하네. 나 새로운 거 남들이 하지 않는 거, 조금은 다른 방식을 쫓네.라는 생각. 그러면서도 한국인이 한국에서 살아야지 라는 생각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매번 해외 outstation에 머무는 시간 동안 짧든 길든, 혼자 보내거나 마음이 맞는 크루와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이렇게 새로운 인연과 함께 한 나의 레이오버는 꼭 기록해두고 싶었다. 또 한번 만날 수 있길 - 


이번 6월 오클랜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

라테는 나의 사랑이고, 생굴은 아직 버겁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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