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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Nov 01. 2024

나도 언니 필요해, 낳아줘

어렸을 때부터 언니가 있는 사람이 부러웠다. 성장하는 과정에 있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고, 같은 동성끼리 교류할 수 있는 게 있으니 말이다. 언니가 있는 사람들이 언니에게 챙김 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부러워하였다. 다짜고짜 집에 들어와 엄마 앞에서 당당히 외쳤다.


"엄마! 나도 언니 필요해요! 낳아주세요!"


저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돌아오는 엄마의 대답.


"네가 먼저 태어났는데 어떻게 언니를 낳아?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


"정 필요하면 언니 같은 엄마 어때?"


그렇다. 내가 먼저 태어났는데 어떻게 언니를 낳을 수 있을까.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을 현실에서 일어나기 바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 것이다. 실제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후에는 인생을 살아가며 좋은 언니를 많이 만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참 감사하게도 어린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는 중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 학교 선배 덕분에 그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었다. 눈을 뜨면 좋은 글과 노래를 보내주었고, 복수 전공하는 사람이라 많이 바쁠 텐데도 자투리 시간이 있으면 나에게 전화를 해주었다.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함께 잘 지냈던 언니도 있다. 순둥순둥하게 생겼는데 성격도 순둥이다. 보통 언니가 동생을 놀리기 마련인데, 내가 언니를 놀렸다. 그 정도로 나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언니다. 손발이 쿵짝 잘 맞던 언니라서 조별과제를 할 때 괜찮았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해 주고 공감해 주는 언니라서, 든든한 면도 있었다.


순하게 생겨서는 사실은 되게 강한 언니도 있다. 정말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언니 앞에 털어놓았다. 그러자 언니는 "이야~ 비가 와서 땅이 축축하니 사람 묻기 딱 좋은 날씨인걸?"이라고 하였다. 얼핏 봐서는 섬뜩하고 무서운 말일 수 있다. 그런데 그날은 왠지 모르게 언니의 말 한마디가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나이 차이가 조금 많이 나도 무거운 공기 없이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언니도 있다. 언니와 함께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한바탕 웃으며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데,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이 대화 내용을 들었을 때는 뭐 이런 것으로 웃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나와 언니 사이에서는 그냥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늘 웃는 포인트가 있다.


이외에도 좋은 언니들이 더 많다.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 소원을 신이 들어주셨는지, 그동안 인생을 살며 좋은 언니들을 많이 만났다. 어른스러운 부분, 나에게는 없는 부분을 바라보며 닮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 언니(누나)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 적이 있나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2.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나요?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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