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생각하라는 말이 결코 이기적이라는 말이 아님을

by 세은

평소에 나는 주변 사람들을 많이 신경 쓰고 챙긴다. 내가 정말 힘들어하는 순간까지도. 도저히 힘을 낼 수 없을 때에도 나는, 나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챙기려고 한 것 같다.

고민이 생기면 주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저 멀리까지 소문이 퍼지는 걸 경험한 후부터는 고민 상담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어른다운 어른이셔서, 자연스레 고민 상담을 하게 된다. 그러나 때로는 가족과 관련된 고민이 생기면, 다시 입에 지퍼를 단다.


꽃다운 스무 살, 그 무렵 나는 내 세상을 잃었다. 평생 함께할 것 같은 사람이 한순간에 재가 되었다. 이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 내가 그동안 참 많이 의지했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치 내 세상이 검게 타버린 것처럼,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것 같은 상실감을 느꼈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남편을 잃은 사람을 과부, 부모를 잃은 사람을 고아라고 한다. 그러나 자식을 잃은 사람을 칭하는 말은 없다. 그만큼 어떤 말도 그 아픔을 대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부모님 앞에서 오빠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자식을 잃은 아픔이 훨씬 더 아프고 슬플 테니까. 나는 그렇게 내 아픔을 꾸역꾸역 삼켰다. 괜찮은 상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뒤돌아서 보니 그저 빵을 먹다가 목 막힌 상태로 그대로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로소 모든 것을 내려놨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떤 찰나의 순간에 이대로 떠나도 되지 않을까 라는 위험한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다. 오빠가 많이 보고 싶은 마음에, 너무 힘든 마음에 순간적으로 위험한 생각을 했다.


'아... 사람들이 이러다가 가는 거구나'


다시 흔들리는 정신을 부여잡고, 나의 하루를 살았다.

내가 죽으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참 힘들어하겠지. 특히 우리 엄마, 아빠.

한 명을 떠나보내고 나니, 그 아픔을 고스란히 받는 우리 가족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빠를 보내고 난 후에 한동안은 열려 있는 창문을 보지 않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위험한 생각을 할까 봐 열린 창문을 모두 닫았다. 그렇게 점점 고립시키는 것처럼 모든 문을 다 닫았다. 그렇게 해야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즉, 트라우마가 생겼던 것이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니 점점 괜찮아졌다. 조금씩 창문을 열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맞이했다. 그렇게 나는 아픔을 마주하며 성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아프고 힘들었던 시절인데, 내 곁에서 도와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같은 학과 선배 언니와 교수님이 생각난다. 같은 학교 선배인 언니는 당시 학부에서 복수 전공 중이었는데, 자기의 귀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날 보러 와줬다. 함께 봉안당을 가기도 하며, 내가 정신적으로 다시 건강해질 수 있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리고 교수님은 쉬는 시간에 나를 부르시고 참 따스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힘들면 그냥 울어. 다 풀릴 때까지 시원하게 울고, 한 없이 아파하고 그래. 지금은 꼭 그렇게 해야 할 때야. 안 그러면 나중이 더 힘들어지더라."라고 하신 부분이다. 4년이 지나고 난 지금 생각해 보면, 난 충분하게 애도하지 못한 것 같다. 그냥 철없이 아이처럼 울어볼걸.


언니와 교수님은 똑같이 나에게 나만 생각하라고 하셨다. 다른 사람 생각하지 말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라고 말이다. 이러한 말은 나에게 마치 어린아이처럼 어리광 부려도 된다고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어떤 고통도 가족을 잃은 슬픔을 대신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최근, 인간관계의 힘듦을 겪으며 살아가다가 내가 정말 아끼는 사람이 위와 같은 말을 해주었다. 나만 생각하라고 말이다. 이것은 결코 이기적인 사람이 되라는 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아껴주는 것처럼 내 자신에게도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라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었다. 나를 어떻게 사랑해줘야 할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기록하고, 그 과정에서 아픔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야 근본적인 원인 파악이 가능할 것처럼 느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학 된 글쓰기가 '나의 아름다운 우울 해방 일지'다. 나와 비슷한 고민,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솔직한 마음이 담긴 글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곁에서 오래오래 100살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