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같은 연애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by 세은

20대 초반, 어른이 되고 난 후 첫 연애를 경험했다. 본인 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더 생각했던 그 사람은 나에게 사랑의 마음을 표현했다. 사실 처음부터 위태로운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사랑해 보기로 다짐했다. 그때는 몰랐다. 내 마음은 그저 흔히 말하는 연인 관계에서의 사랑이 아닌, 엄마가 아이를 생각하는 그런 사랑과 가까웠다는 것을.


나는 제법 어른스러운 연애를 하고 싶었다. 이성적으로 나의 의사를 전달하고,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혼자서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어른의 무게라고 생각했다.


직장 상사에게 깨지고 온 날에도 나는 그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매번 고민만 털어놓고 정작 해결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던 그의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의 생떼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아이들은 뭘 모를 때니까 이해할 수 있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그가 이러한 모습을 보이니 나도 점점 지쳤다. 일방적으로 기대는 관계이다 보니 더는 함께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연인 관계에서 나는 주로 들어주는 입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건강한 연애를 만드는 요소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솔직함도 필요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연기를 했던 순간도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든데 안 힘든 척, 아픈데 안 아픈 척, 안 괜찮고 불편하고 화가 났는데, 그게 아닌 척. 그래서 다음 연애 때는 솔직하게 나의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하게 굴어도, 솔직하게 표현해도 그 감정과 태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 말이다. 때로는 내가 감정적인 모습을 보일지라도, 이성적으로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방향을 알려주는 사람. 때로는 마냥 나의 투정을 참 예쁜 모습을 봐주는 그런 사람. 그순간,나에게도 엄마 외에 기대고 싶은 누군가가 필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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