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의 스토커

by 세은

나를 스쳐 지나간 이성관계를 돌아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서웠던 순간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 때 CC(Campus couple - 대학교 내에서 사귀는 커플을 의미함)에 대한 로망이 전혀 없었던 나에게, 갑자기 한 사람이 찾아왔다. 사귀기 전을 썸 타는 단계라고 하는데, 그런 시기에 나를 깜짝 놀라게 한 날이 있었다. 다른 동네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무 말도 없이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 근처에 몰래 숨어 있었던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에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한 것인데, 당시의 나는 사실 아주 무서웠다. 만남을 원하지 않을 때도 몰래 찾아올까 봐 너무 무서웠다.


성인 되고 난 후의 내 첫 연애가 끝나고 뭔가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에 조금 더 집중하고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한 남자와 스쳤다. 그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친구처럼 지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이 점점 괜찮아 보였다. 이성적인 느낌이 아니라, 그냥 사람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 마음이 아니었나 보다. 하루, 이틀,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나에게 계속 사랑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다가 나를 향해 큰 실수를 하였다.


"너 유치원 퇴근할 때 버스 정류장에서 꽃다발 들고 가 있을까? 오다 주웠다 막 그런 식으로 하는 거지! 너 이름 크게 부르면서!"


이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전혀 나의 이상형이 아니었던 그 사람에게 말로라도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고 경고를 하였다. 처음에는 듣는 것 같더니, 또다시 나에게 선을 넘었고 결국 나는 그 사람과의 인연을 끊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점점 연애가 무서워졌다. 여자와 남자와의 관계가 점점 그림자처럼 느껴졌다.


'주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그 이후에 나는 연애에 대한 생각을 접기로 했다. 평소 외로움을 잘 타지 않지만, 잠시 연애 스위치를 끄기로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도 그저 흘려보내기로 말이다. 뉴스에 데이트 폭력이나 살인과 관련된 내용이 업로드될 때마다 나의 두려움은 점점 커졌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러는 게 아닌데 말이다. 그렇게 나는 점점 이성과 적당한 선을 두었고 전혀 마음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시간이 점점 지나고 지우개로 슥슥 선을 지우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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