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의 눈물을 보았다

by 세은

때는 2020년, 갑자기 이별을 해야만 했다. 그날, 나는 시한폭탄의 눈물을 보았다.


내가 바라보는 사촌 오빠의 모습은 시한폭탄이 연상된다. 원래 사람이 그렇지는 않은데, 화가 나기 전에 마치 시한폭탄 같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그동안 오빠가 우는 모습을 화가 날 때 말고는 본 적이 없는데, 오빠의 슬픈 눈물을 보게 되었다. 분명 오빠는 전화기 너머로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나와 친오빠, 사촌 오빠는 나이 터울이 얼마 나지 않아서 정말 동네 친구처럼 지냈다. 오빠와 사촌 오빠가 한 팀으로 나를 놀려대고는 했는데, 놀리는 오빠들을 응징하기 위해 잡으러 열심히 뛰어다니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그중의 한 사람이 떠났으니, 우리 셋의 세상은 마치 연결고리가 갑자기 끊긴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나는 사촌 오빠 앞에서 센 척을 한 것 같다. 그렇게 해야 오빠가 진정할 것 같았다.


"오빠, 사실 안 괜찮지만 우리 툭툭 털고 일어나 보자. 살아있는 우리라도 끝까지 살아보자."


그렇게 우리는 이를 악물고 각자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갔다. 당시에는 사촌 오빠도 어느 순간 갑자기 떠날 것 같았다. 얼마나 걱정되었으면, 힘들면 동생인 나에게 전화를 걸으라고 했다. 뭐든, 어떤 이야기든 다 들어줄 테니 참지 말라고 말이다. 나도 아픈 와중에 오빠를 살리고 싶었나 보다. 그날 시한폭탄은 바다에 잠겼다. 나도 눈물바다를 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우리는 점점 괜찮아졌다. 괜찮다기보다는 어떻게든 앞으로 전진해야 했다. 사촌 오빠와는 연락을 잘 주고받는 편인데, 연락할 때 보면 참 친오빠 같다. 아마 사촌 오빠가 아니었다면, 오빠라는 호칭을 많이 부를 수 없어서 더 힘들어했을 것이다. 오빠가 살아있음에, 그 자리에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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