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져서 날아오는 샤프에 맞아봤어?

by 세은

때는 중학생 시절.

마치 골목대장처럼 반에서 우두머리 역할을 갈망하는 한 학생이 샤프를 깜빡했다며 나에게 빌려달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빌려준다'는 의미는 잘 쓰고 잘 돌려줘야 한다는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그 아이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나는 그 학생에게 샤프를 빌려줬다. 필기구 욕심쟁이인 아빠로 인해 필통에는 늘 샤프가 있었다.

그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남자 아이. 내가 가지고 있는 샤프 연필 중 가장 비싼 것을 골라갔다.

자깜 쓰고 돌려주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참이 지나도 내 샤프연필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다 썼으면 내 샤프연필 돌려줄래?"


빌려간 아이에게 당당하게 요구를 했다. 내 연필이니까.

그러자 아이는 모른다는듯이 발을 내뺐다.


"그거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데?"


지금 뭐하자는 것인가.

샤프 연필을 날름 눈 앞에서 눈 뜨고 코 베인 격이 된 것이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잃어버렸어?"


"아마 그런 것 같은데, 몰라?"


머리통을 한 대 콱 쥐어박고 싶었다.


"근데 잃어버렸으면 돈으로 물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똑같은 거로 사오던지."


그 아이의 표정을 보아하니, 더러운 것을 씹은 얼굴이었다.

그때 그 아이의 책상에서 내 샤프 연필을 발견하였다.


"뭐야, 이거 내 거 아니야?"

"뭐래~ 그거 내 거야."


방금 빌려간 샤프를 마치 본인 것처럼 당당하게 말하는 태도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


내가 계속 당당하게 요구를 하니, 그 아이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다.

그러다가 나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빌려간 샤프를 나에게 던지면서.


"ㅆ발, 돌려주면 될 거 아니야. 이깟 샤프. 더러워서 안 가져!"


순식간에 괴물로 변하는 그 아이가 무섭기보다는,

세상 정신 나간 사람이 내 앞에 있다는 사실에 그저 병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호의를 베풀었을 뿐인데, 돌아오는 건 참 더러운 태도였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

그렇다. 충격을 받아서 그런 것이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기를 두 손 모아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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