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th Valley를 대비하라.
관심 갖고 보는 슈카 코믹스 채널에 최근 아주 인상 깊은 영상이 올라와 그것을 보고 마음이 크게 동했습니다. 영상의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재테크를 해야 하는 이유'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어설프게 '노후 대비'라는 컨셉으로 투자를 이어오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느 시기에 얼만큼 모아서 몇 살부터 그 혜택을 누릴 것인지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영상 속에서 여러 통계를 제시하며 설명해 주니 머릿속에 정리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여러분의 예상 은퇴 시기는?
네이버에 파이어족을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입니다. '소비문화에 극단적인 저항을 하며 저축을 통해 40대 전후에 조기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40대에 은퇴하는 것이 정말 조기 은퇴일까요? 요즘은 희망퇴직자를 받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40대에 퇴사하는 것을 과연 조기 은퇴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욱하는 마음에 현재 다니는 회사나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퇴사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소득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커리어를 포기했다는 전제) 비교적 허들이 낮은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파이어족이 추구하는 삶일까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일단은 기초 경제력을 확보한 뒤에 파이어족을 고민하는 것이 순서가 맞는 듯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은퇴 시점은 언제인가요?
언제까지 지금 하시는 일을 하실 예정이신가요?
그때까지는 일 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나요?
취업은 늦게, 퇴직은 빨리
취업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취업은 점점 늦어지고, 퇴직 연령은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즉, 근로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 짧은 시기에 벌어놓은 돈을 현금흐름을 만들어줄 수 있는 자산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야 어른이 되는 것, 부모가 되는 것은 모두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씩 현실로 다가올 나이가 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슈퍼맨인 줄 알았던, 원더우먼인 줄 알았던 부모님은 이제 해를 거듭할수록 건강이 염려스럽습니다. 앞으로 결혼해서 자녀를 가질 계획을 하려니 부모님과 자녀 사이에 끼어버립니다. 자녀와 부모님을 양방향으로 부양해야 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죠.
경제적 자유를 원하며 파이어족을 외치지만 이런 식으로 현실과 괴리가 발생합니다. 자신의 전체 소득에서 근로소득을 제외하고 생각해 봅시다. 여유로운 생활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과감히 퇴사해도 무관하겠지만 그런 경우는 20대, 30대 중에서는 찾아보기 매우 힘들 것입니다.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49.4~65세 Death Valley
조기 은퇴는 고사하고 아무런 노후 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평균 퇴직 연령인 49.4세부터 국민연금 수령 예상 시기인 65세까지 소득 없이 지출만 발생하게 됩니다.(이를 Death Valley라고 함) 이 시기에 자영업이나 새로운 직업을 가지기 위한 시도가 많을 수밖에 없고, 새로 시작한 이 일은 남성 기준으로 평균 72.3세에 되어서 은퇴하게 된다고 합니다.
새로 시작한 일이 흑자를 유지해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노후를 더욱 매섭게 위협합니다. 이제는 절대로 남의 이야기가 아닌 다가올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준비하지 않으면 같은 길을 걷게 됩니다. 현재 부양의 부담이 없는 경우라면 축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후대비를 위한 가장 좋은 시기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노후를 어떤 식으로 준비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Death Valley를 버틸 체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부양의 부담을 느끼지 않고 계시나요?
축하드립니다. 지금이 바로 황금기입니다.
투자는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많은 커뮤니티를 둘러보다 보면 하루 만에 치킨 값 버는 투자, 초단기 트레이딩을 하며 인증 혹은 자랑을 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익절은 언제나 옳지만 투자의 핵심은 '재현(지속)이 가능한가, 장기적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가'입니다. 확실히 실력이 있고 잘할 수 있다면 초단기 트레이딩을 해도 상관없습니다만 일반적인 투자자의 경우 거래가 잦을수록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만약 지금 주식 투자를 하고 계시다면 빨간 봉, 파란 봉이 들썩거리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주식은 도파민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닌 가족의 미래와 나의 노후를 준비하는 수단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기적인 투자 수익률에 매몰되지 않고 총자산 대비 수익률이 시장 평균 수익률을 상회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1천만 원이 있다고 해서 전부 다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중 절반인 500만 원을 가지고 투자해서 1년에 15%의 수익률을 달성했다면 총자산 대비 수익률은 7.5%가 됩니다. 시장 평균 수익률을 대변하는 SPY(S&P 500 지수)에 투자했다면 최근 20년 평균 수익률은 10%가 됩니다. 앞서 제시한 투자 예시는 시장 평균에 미치지 못한 결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믿음을 가지고 총자산을 모두 시장 평균에 맡겼다면, 매년 총자산은 10%씩 불어나게 됩니다. 가만히 두어도 20년 뒤에는 580%가 넘는 수익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죠.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20년은 너무 길다고 느끼신다면 10년을 투자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10년 전부터 매달 50만 원씩 적립식으로 미국 시장지수 ETF인 SPY를 매수했을 때 투자 원금은 6,000만 원이고 최종 금액은 1.3억 원이 되게 됩니다.
조금 더 투자가 가능해서 15년을 지속했다면 투자 원금은 9,000만 원이고 최종 금액은 2.7억 원으로 확 늘어나게 됩니다. 물론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지나간 과거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최근만 하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폭락,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약세장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는 역사적 고점을 갱신하고 주가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경제가 자본주의가 나타난 이래로 크고 작은 하락을 동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팽창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위에 보시는 차트의 Y축을 보시면 이는 log Scale이 적용된 차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장기 투자를 시작하기 앞서 막막한 마음이 먼저 들 수도 있습니다. 지난 10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돌아보면 도움이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10년은 태어난 아기가 초등학생 4학년이 되는 시기이고, 초등학생 1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길다면 길지만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짧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저는 특별한 기술 없이 일반인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적립식 투자만 해도 노후에 많은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재테크를 고민하고 계신 분들은 망설인 시간만큼 수익률을 포기하는 셈입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더 빨리 자기 자신에게 손 내밀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으로 주식을 사기 전까지 나는 인생을 낭비했다.
- Warren Buffe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