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사랑하기에 저는 당신의 아이를 야단 칩니다

by 바래

매년 3월, 설렘 가득한 눈망울들이 교실을 채울 때면 저는 어김없이 ‘어머니와 아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가난해서 크레파스 한 자루 사줄 수 없던 어머니, 그리고 친구의 크레파스를 몰래 가방에 넣었던 아들 철이. 그날 어머니가 “어머나, 참 좋은 것이구나. 아껴쓰렴.”이라며 눈감아주었던 그 한마디는 결국 철이를 법의 심판 앞에 몰아넣었습니다. “어렸던 내가 크레파스를 몰래 가지고 왔을 때 엄마가 나를 무섭게 야단쳐 주었더라면 지금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예요. 모두 엄마 탓이에요.” 철이의 원망 섞인 마지막 절규에 교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지곤 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철이와 엄마는 서로를 사랑했을까요,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 그들은 분명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사랑하기 때문에 가져야 할 ‘단호함’을 놓쳤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맑은 눈을 하나하나 맞추며 제 진심을 선포했습니다.


“선생님은 너희를 너무너무 사랑해. 그래서 너희가 바르게 자라도록 잘못한 일이 있으면 철이 엄마처럼 모른 척하지 않고 무섭게 야단칠 거야. 우리가 집에 있을 때, 내가 잘못하면 우리 엄마는 나를 야단치시지? 하지만 남의 집 아저씨나 친구 엄마는 나를 야단치지 않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상대가 잘못해도 모른 척하거든. 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더 무섭게 야단칠 수 있는 거란다.”


그날 이후로 저는 약속대로 잘못한 행동 앞에서는‘호랑이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서운 꾸지람 끝에는 항상 아이의 손을 잡고 덧붙였습니다.

“선생님이 사랑하는 00이를 이렇게 야단치게 만든 이 상황이 선생님은 너무 슬퍼. 하지만 야단을 안 칠 수가 없잖아.”

아이들은 그 서슬 퍼런 훈육 너머에 있는 저의 슬픔과 사랑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 믿음이 교실 밖으로 번져 나갔던 어느 날의 감동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한 학부모님이 찾아와 뭉클한 목소리로 전해주셨습니다. 아이가 집에서 잘못을 해 엄마에게 호되게 혼이 났는데, 펑펑 울면서도 이렇게 말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날 사랑해서 야단치는 거 다 알아요. 엄마 마음도 슬플 거라는 거 알고 있어요. 난 엄마를 사랑해요.”

야단을 치며 함께 울었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교직 인생의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제가 심어준 사랑의 문법이 아이의 가슴 속에 뿌리를 내려 부모의 마음까지 어루만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바른길로 인도하기 위해 ‘악역’을 자처하며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38년 동안 저는 그 ‘아픈 사랑’을 기꺼이 선택해 왔습니다. 제자들이 세상의 유혹 앞에서 멈춰 설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준 것, 그것이 제가 교사로서 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유산이었음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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