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의 택배를 받기 위해 시골 밭으로 와서 지녁에 먹을 김밥을 준비하며 온몸에 전율이 일만큼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오후에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따뜻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남편을 출근시킨 후 나도 집으로 돌아갈까 잠시 망설였지만, 어제 지핀 아궁이 아랫목의 온기가 발길을 붙잡았다. 도저히 식지 않은 그 기분 좋은 따스함을 뒤로하고 떠날 수 없어, 아랫목이 다 식으면 가겠노라 마음을 고쳐먹고 자리에 남았다.
마침 비가 오늘 창밖의 풍경이 보고 싶었는데 겨우내 보온을 위해 붙여둔 뽁뽁이, 눈높이에 맞게 잘라둔 틈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뽁뽁이를 하나하나 정성껏 떼어내고 창문을 깨끗하게 딱아내고 나니, 비가 와서 낮게 내려앉은 차분한 창밖의 풍경이 비로소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비 내리는 창밖을 가만히 내다보는 이 시간이 말할 수 없이 달콤하다. 특히 이 오전 시간의 평온함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지난 38년 동안 이 시간이면 늘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며 가장 치열하게 에너지를 쏟아내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평생을 바쳐온 소임을 다하고 맞이한 이 여유로운 오전은, 그 어떤 보상보다도 깊고 진한 행복으로 다가와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운다. 가만히 앉아 누리는 이 평범한 일상이 나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큰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