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아이의 시간을 잘못 읽었던 기록

by 바래

경력이 채 10년도 되지 않았던 시절, 서툴지만 의욕 가득했던 햇병아리 교사였던 나는 시골 유치원에서 다섯 살부터 일곱 살까지 유아들이 함께하는 혼합 연령 학급을 맡게 되었다. 그중 유독 내 마음을 쓰이게 했던 아이가 하나 있었다. 대근육과 소근육 발달이 또래보다 눈에 띄게 느리고, 학습적인 면에서도 한참을 뒤쳐지던 아이였다.

아이의 어머니는 새어머니라고 들었지만, 누구보다 정성으로 아이를 돌보시는 모습에 나 역시 힘을 보태고 싶었다. 상담 때마다 가정에서의 지도를 거듭 부탁드리고, 초등학교 입학 전 글자 한 자라도 더 떼게 해주려 애를 썼다. 하지만 좀처럼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이 상태로 학교에 가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안타까움과 걱정만 깊어갔다.

졸업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 결국 걱정스러운 마음에 어머니를 모시고 진지하게 면담을 가졌다. "어머니, 이 상태로 병우가 내년에 학교에 가면 적응하기가 참 힘들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내 무거운 목소리에 어머니는 뜻밖의 대답을 들려주셨다. "선생님, 우리 병우 여섯 살이라 내년에 일년 더 유치원에 다녀야 하는데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당시 집안 사정으로 주민등록등본을 제출받지 못해 유치원 원서에 적힌 생년월일만 믿고 당연히 일곱 살이라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뒤늦게 확인해보니 병우는 일곱 살 형들 틈에 섞여 있던 여섯 살 아이였다. 여섯 살의 발달 수준으로 보자면 병우는 아주 지극히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었던 셈이다.

일곱 살의 잣대를 들이대며 아이를 다그치고 안타까워했던 지난 일 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이의 속도가 느린 것이 아니라 내가 아이의 시간을 잘못 읽고 있었다는 미안함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소동 이후, 나는 혼합 반을 맡을 때면 반드시 서류를 통해 아이들의 생년월일을 가장 먼저, 그리고 정확하게 확인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정확한 기준을 서 있어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은 서툰 시절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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