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 마주하는 부모님들의 당혹감은 대개 비슷하다. 유치원에서는 의젓하기만 한 아이가 집에만 가면 영 딴판이라는 하소연, 심지어는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서는 잘 하고 있군요. 집에서와는 다른 모습이 가증스러울 정도예요"라며 고개를 내젓는 어머니도 계셨다. 하지만 그 '이중적'인 모습이야말로 아이들이 가진 놀라운 생명력과 적응력의 증거이기도하다.
나는 아이들의 마음이 마치 360도를 회전하는 시계바늘과 같다고 생각한다. 12시를 향해 서면 12시의 정직함으로, 3시를 향하면 3시의 활기로, 6시나 9시를 향하면 또 그에 걸맞은 각도로 자신을 조정한다. 상대가 누구인지, 자신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 지금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아이라는 거울은 매 순간 다른 빛을 투영한다.
친구를 만났을 때의 모습, 부모님 품 안에서의 모습, 선생님과 마주 앉았을 때, 그리고 낯선 이방인 앞에 선 모습. 이 모든 조각은 어느 하나 가짜가 없는 아이의 진실한 모습들이다. 단지 상대가 자신에게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자신의 행동도 달라지는 것ㅇ다. 아이들은 아직 인격의 틀이 단단히 굳어지지 않은 유연한 존재들이기에, 만나는 사람과 놓인 환경에 따라 자신의 색깔을 시시각각 바꾸어 가는 것이다.
교육이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수많은 '나'의 모습들 사이에서, 아이가 가장 바람직하고 건강한 자아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이정표를 세워주는 것. 그것이 교사와 부모가 함께해야 할 몫이다.
아이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그 다양한 모습 중에서 어떤 조각이 가장 빛나고 가치 있는 것인지 아이 스스로 깨닫게 도와주어야 한다. 시계바늘이 잠시 흔들릴지언정 결국은 올바른 시간을 가리킬 수 있도록, 그 무수한 선택지 중에서 '더 나은 인격'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손을 잡아주는 과정. 38년 교단에서 제가 확인한 교육의 본질은 바로 그러한 동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