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1박 2일 경주 출장길. 처음엔 동행할 생각이 없었으나, 지금 경주는 벚꽃이 한창이라는 말에 못 이기는 척 짐을 꾸렸다. 연수는 오후 2시부터였지만, 우리는 서둘러 길을 떠나 오전 10시 15분에 이미 경주 땅을 밟았다.
먼저 향한 곳은 김유신 장군묘로 이어지는 흥무로 벚꽃길이었다. 탐스럽게 피어난 꽃송이 아래를 걷는데, 마침 꽃구경을 나온 유치원 아이들이 보였다. 조그만 몸집으로 줄을 맞춰 길게 늘어서 걸어가는 그 뒷모습들. 불과 얼마 전까지 내가 늘 지키고 서 있던 그 풍경 속에 아이들이 있었다. 여전히 아이들은 눈부시게 예뻤지만, 그 대열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만의 보폭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지금 이 순간이 말할 수 없이 달콤했다.
보문단지로 이동해 보문호 뷰를 만끽하며 점심으로 꼬막 비빔밥을 든든히 먹고 보문호수 주변을 천천히 산책했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만개한 벚꽃 사이를 가로지르는 기분은 그 서늘함마저 잊게 할 만큼 상쾌했다.
남편을 출장지에 내려주고 나는 보문호 맞은편 별다방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통창 너머로 벚꽃송이들이 탐스럽게 펼쳐진 풍경을 가만히 내다보고 있으니, ‘이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새어 나온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오롯한 두 시간. 은은한 커피 향을 곁들이며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한 장씩 넘겨보려 한다. 38년 만에 맞이하는, 참으로 완벽한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