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창밖의 시선, 그 무거운 관심

by 바래


보배는 부모님이 무척 젊으신 데다 첫아이여서 그런지, 온 가족의 관심이 남달랐다. 아이 생애 첫 단체 생활이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애틋하고 노심초사했을지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 애틋함이 교실 문턱을 넘어 매일같이 창가에 머물 때, 교사인 나의 일상은 보이지 않는 압박감으로 채워지곤 했다.


보배의 외할머니는 유치원 근처에 사셨다. 맞벌이하는 젊은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살뜰히 챙기셨는데, 등원시킨 후에도 할머니의 발걸음은 좀처럼 유치원을 떠나지 못했다. 수업이 한창인 시간, 복도 창틀 너머로 할머니의 모습이 비치곤 했다. 햇빛을 가리려 눈 위에 손차양을 만들고는 까치발을 들어 교실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시는 것이다. '우리 손주가 잘 놀고 있나', '친구랑 싸우지는 않나', '선생님이 우리 애를 어떻게 대하나' 살피는 그 간절한 시선.


나는 늘 학부모님이 뒤에서 지켜보고 계신다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한다. 38년 교직 생활 동안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적이 없었기에 누군가 보는 것 자체는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교육의 흐름이었다. 아이들이 한참 활동에 몰입하려 할 때, 창밖의 할머니를 발견한 아이들이 "보배야, 너네 할머니 오셨어!"라고 외치며 주의가 흐트러질 때마다 형용할 수 없는 불편함이 밀려왔다.


할머니의 정성은 급식 시간에도 쉬지 않았다. 당시 급식실은 운동장 맞은편에 따로 떨어져 있었는데, 할머니는 그곳까지 따라오셨다. 아이들이 식판을 들고 밥을 먹는 동안에도 창문에 바짝 붙어 손차양을 하고 손주의 입으로 밥이 들어가는 과정을 생중계 보듯 지켜보셨다. 선생님이 반찬을 더 얹어주는지, 아이가 편식을 하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싶으셨겠지만, 그 시선은 급식실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고 다른 아이들의 주의력까지 흩어놓았다.


그렇게 숨 가쁜 1년이 지나가고, 11월 무렵 재원 신청 기간이 돌아왔다. 면담 중 보배 아빠가 단호하게 말을 꺼냈다.


"선생님, 우리 보배는 내년에 다른 유치원으로 보낼 겁니다."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서 반가운 기색이 스르르 올라왔다. 1년 동안 쌓인 피로감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분명히 일러두어야 했다.


"아버님, 결정은 존중합니다만 우리 유치원은 대기가 많아서 한 번 퇴원하면 다시 들어오고 싶어도 자리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은 알고 계셔야 합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보배 아빠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뇨, 다시 올 일 절대 없습니다."


그렇게 확신에 찬 모습으로 그는 교실을 나갔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졸업 시즌인 2월이 되었을 때, 보배 아빠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11월의 그 단호함은 어디로 갔는지, 그는 마치 큰 인심이라도 쓰는 듯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선생님, 보배가 유치원에 너무 오고 싶어 해서요. 그냥 우리 보배, 다시 그 유치원으로 보낼게요."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유치원의 정원은 재원생과 신입생들로 꽉 찬 상태였다. 보배가 돌아올 자리는 한 뼘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버님, 지난번에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지금은 정원이 다 차서 안타깝지만 보배 자리가 없습니다. 저도 보배와 함께하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나의 거절이 못내 의심스러웠던 걸까. 잠시 후, 낯익은 번호가 전화기에 떴다. 1년 내내 얼마나 자주 걸려 왔는지 내가 외우고 있던 보배 엄마의 사무실 번호였다. 그녀는 보배 엄마라는 사실을 숨긴 채, 마치 처음 문의하는 학부모인 양 목소리를 꾸며 전화를 걸어왔다. 유치원에 자리가 있는데도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확인하려 했던 모양이다. 나는 담담하게, 처음 전화한 학부모를 대하듯 똑같이 답했다.


"죄송합니다. 이미 정원이 다 찼습니다."


결국 보배는 그토록 오고 싶어 하던 우리 유치원이 아닌, 바로 옆에 있는 이웃 유치원으로 가게 되었다. 1년 내내 창밖에서 손차양을 만들며 아이를 지켜보던 그 지극정성도, 호기롭게 "다시 올 일 없다"던 그 고집도 결국 아이의 진심어린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부모님들만의 욕심이었던 셈이다. 내 아이를 향한 그 뜨거운 마음이 때로는 아이가 가야 할 길을 막아서는 벽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보배네 가족을 보며 다시금 씁쓸하게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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