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만드는 간단한 오키나와 소바
따뜻하고 말간 육수에 우동도, 라멘도 아닌 면발. 차가운 메밀소바가 아니라 잠시 당황했지만, 그래도 오키나와에 왔으니 오키나와 소바를 먹어봐야지. 예상과 다르게 쫄깃한 면이 아니라 서걱거린다.
"이거 다 익은 거 맞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명으로 올린 고기를 입에 넣어보니, 몇 번 씹을 새 없이 스르르 녹아 없어진다. 이번엔 부드러운 고기와 면을 함께 입에 넣고 국물을 한 입 마셔본다.
"이거, 생각보다 맛있는데?"
생소한 식감의 면에, 가게마다 다르지만 더러 나는 돼지육수의 냄새 때문에 오키나와 소바의 첫인상은 꽤나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다. 나의 첫인상은 다행히도 "맛있다"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식당마다 면이나 육수의 스타일이 다르니 입에 맞다면 몇 군데 다녀보며 차이를 느끼는 것을 추천한다.
막상 오키나와에 있을 때, 라멘집과 오키나와 소바집 중 어디를 더 자주 갔었는지는 잘 모를 정도니, 소바 마니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잠시 일 때문에 한국에 다녀올 때면 다음 날은 꼭 오키나와 소바를 먹었다. 처음엔 장난처럼 만든 습관이었지만 나중에는 따뜻하고 익숙한 국물을 한 입 먹어야 오키나와에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났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이제는 꽤 흔한 일본식 라멘과 달리 오키나와 소바 가게는 찾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오키나와에 대한 향수와 함께 오키나와 소바도 더욱더 그리워졌다. 운이 좋게도 오키나와에 있을 적에 소바를 만드는 행사에 참여했고, 그때 받은 레시피를 고이 간직해왔다. 육수도 내야 하니 시간이 걸려 자주 해 먹기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 레시피를 한 번 꺼내어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오키나와 소바를 만들어보았다. 나와 같이 오키나와를 그리는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어 레시피를 정리해본다. 맛집 솜씨까지는 못 미치지만, 오키나와 추억을 되새기기에는 이만한 방법도 없을 것이다.
재료 4-5인분
육수 재료
- 육수용 돼지 뼈 (생략 가능)
- 물 2~3L
- 가쓰오부시
- 간장
- 소금
건더기 재료
- 수육용 삼겹살 600g
- 면
- 어묵 (안 익히고 고명으로 올릴 수 있는 용)
- 쪽파
- 초생강 (생략 가능)
- 미림
- 간장
- 설탕
- 술
만드는 방법
(1) 돼지 뼈를 끓는 물에 10분 데친 후 건져서 핏덩이와 이물질을 제거한다.
(2) 2~3L의 물에 (1)의 손질한 돼지뼈와 고명용 삼겹살을 같이 넣고 뚜껑을 닫는다. 한 번 끓으면 약불로 줄여서 1-2시간 더 끓인다.
(3) 육수에서 삼겹살만 꺼내어 적당한 크기로 썰고 설탕, 미림, 간장, 술을 1:1:1:1로 섞어 그대로 약불에 졸여낸다. 10분 뒤 불에서 내리고 식히며 맛이 배도록 한다.
(4) (2)의 육수에 가쓰오부시를 넣고 약불로 10분 국물을 낸 뒤 가쓰오부시를 꺼낸다.
(5) (4)의 육수에서 거품과 기름을 약간 걷어낸 뒤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6) 어묵은 약간 넙적하게 썰고, 쪽파와 초생강은 잘게 썰어 고명으로 준비한다.
(7) 면은 따로 삶아 그릇에 덜고, (3)의 고기와 (6)의 고명을 얹은 뒤 (5)의 육수를 부으면 완성
- 여기서는 육수용 뼈 대신 등갈비 600g을 사용하였다.
작년에는 고기로만 육수를 냈는데, 육수 향이 조금은 덜 하지만 오키나와 소바 느낌을 내기에 괜찮아서 생략 가능하다고 표기하였다.
- 면은 본래의 서걱한 식감을 위해 싼 우동 면을 사용하였는데, 라면 사리를 넣어도 맛있었다.
- 받아온 레시피 그대로 옮겼지만, 개인적으로 고기 양념에서 설탕은 반으로 줄여도 충분히 달달했다.
- 보통 오키나와 소바는 삼겹살 부위가 올라간다. 갈비가 올라가는 것은 소-키소바(ソーキそば)로 메뉴판에 서로 다른 메뉴로 나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