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 좋은 이유
교사였을 때는 하루만 지나면 주말이라는 마음에 금요일이 무척 좋았습니다. 출근하는 발걸음도 가벼웠고요. 퇴직을 하고 나서는 일주일 루틴을 짜기 시작했는데요. 루틴을 짜지 않으면 시간이 한없이 소모된다는 걸 알았거든요. 일주일 루틴을 새기면서 역시나 금요일이 가장 좋은 걸 하기로 했답니다.
월, 화, 수는 독서교실을 운영하고 목요일은 도서관 수업에 다음 주 독서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금요일은 무조건 글쓰기 하는 날로 정했어요. 글쓰기는 늘 쉽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니까요. 중간중간 강의와 원고 마감이 있어 루틴이 약간 틀어질 때도 있지만요.
루틴을 만드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나의 시간에 무언가를 넣고 빼는 그 모든 게 좋았습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일도 아니라서. 심지어 희망적이기까지 하고 계획을 실행하기도 전에 마치 다 한 것 같은 만족감까지 줬으니까요.
진짜 자유라는 건 이런 거구나!
내 할 일을 내가 정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 위주로 정하는 것,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하기 싫은 일은 최소로 하는 것 등
내 하루가, 내 일주일이, 한 달이, 그리고 내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존중받는 느낌이었어요.
누군가, 퇴직 후 뭐가 가장 좋으세요?
라고 묻는다면, 저 대답을 할 수 있겠네요.
시간의 주인
3,4,5월 금요일이 좋았던 건 퇴직 후 오로지 주말 빼고 몰입할 수 있는 글쓰기 요일이 생겼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아이 등교 시간에 맞춰 가방을 메고 도서관 오픈런도 해 보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모닝커피를 마셔도 보고, 폴더 어딘가에 잠자고 있던 원고도 깨워보고.
그러다가 최근에 금요일이 좋은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거였어요.
20년간 교직 생활을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만남은 보통 방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거기에 정신없이 바쁜 학교 생활이 이어질 때는 오히려 내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누군가와의 약속이 부담이 된 적이 많다 보니 스스로 가짜 약 효과처럼 가짜 인식을 하게 된 거죠.
6월부터 자발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조만간 봐요. 곧 봐요. 다음에 봐요."
실제 약속이 없는 공허한 소리만 하고 끝냈다면, 요즘 제가 달라졌습니다.
"작가님, 6월 언제 볼까요?"
"친구야, 다음 주 금요일 어때?"
"00 씨, 저는 금요일은 다 좋아요. "
이렇게 적극적으로 실제 약속 시간을 잡아요. 보고 싶었던 사람, 나를 만나고 싶어 하고 나 또한 만나길 원하는 사람을 만나 시간을 보내는 일!
나만의 즐거운 금요일 시간을 만드는 일을 요즘 제가 하고 있는 셈이죠.
퇴직 후 제 삶이 좋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 어제는 첫 발령지 동기이자 나의 인생 조언자... 그리고 자석처럼 사람을 끌리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세 시간 내내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