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의 시작이 곧 불행이 될 줄이야...
나는 어릴 때부터 구로동에 오래 살았다. 지금까지 40년 넘게 사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내 동네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구로동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부동산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것 같고 낯설게만 느껴졌다
돈도 없고 저렴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저렴하면서 괜찮은 전셋집을 찾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그 당시 나는 부동산에 대해 문외한이라 집을 볼 줄 몰랐다.
우여곡절 끝에 어머님이 저렴하고 3명이 살기 괜찮은 빌라로 소개해 주셨다. 빌라 계약을 위해 부동산을 찾아갔더니, 할아버지께서 전세 계약서를 써주셨다. 알아서 잘 써주시겠거니 생각하고 별 검토 없이 사인을 모두 마쳤는데, 그때 그 계약서를 쓴 이후로 아내가 주민센터와 부동산을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왜냐하면 내가 계약 당일 부동산을 갈 수가 없어 아내 명의로 전셋집을 계약했기 때문이었다.
보통 부동산 계약을 할 때, 부동산 중개업자가 다 알아서 해주겠거니 생각하지만 계약자인 본인도 계약서를 꼼꼼히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불편한 일이 생긴 것은 중개인의 잘못이 맞지만, 계약서에 ‘확인’ 했다는 뜻으로 사인을 했다는 것은 나 또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살게 된 첫 전셋집의 계약기간이 끝나갈 즈음, 둘째가 태어났다. 첫 전셋집은 넷이 살기 좁았기에 새로운 전셋집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막상 부동산에 찾아가면 쭈뼛쭈뼛 아무 말도 못 했다. 부동산 중개인 앞에서는 꼭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을 해낸 것이 부동산에 들어가자마자 말할 한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뭐가 좋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떠올린 말이 “혹시 방 3개짜리 빌라 전셋집 있나요?”였다.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면 네이버부동산, 다방, 직방 같은 전셋집 어플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내가 전셋집을 구하려는 동네가 노인분들이 많이 사시고 부동산 하시는 분들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많아 그런 사이트에는 집이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발품을 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빌라나 다세대는 가격이 저렴해서 더더욱 부동산 어플이나 네이버부동산에 매물이 별로 없었다.
전에 구한 전셋집도 발품 팔아서 구했고 그 집도 네이버부동산에 나오지도 않았고 노인분이라서 더 그런 곳에 부동산을 올리는 방법도 잘 모르는 듯하다.
쉽게 말하면 귀찮은 거다.
기존의 하던 방식대로 사셨고 기존의 생각대로 행동하셨다.
나는 부동산 공부를 유튜브로 많이 정보를 얻는데 고수분께서 무조건 부동산에 가서 이야기를 잘해서 매물을 최대한 여러 개 보자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렇게 동네에 있는 부동산을 다 보던 찰나 마지막으로 집 앞에 있는 부동산을 찾아가기 되었다. 그 부동산에서는 무조건 방 3개 빌라 전셋집을 구해주신다고 하셔서 철석같이 믿고 하루이틀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어느 날, 부동산 사장님께서 또 다른 부동산 사장님과 같이 만나서 한 집을 소개해주셨다.
빌라에 방이 세 개 있고 위치도 나쁘지 않았다.
딱 우리가 원했던 집을 찾게 되어 두 분께 너무나도 감사했고, 내 가슴이 터질 듯이 날아올랐다.
조금만 손 보면 될 것 같아 집주인과 잘 이야기를 해서 도배와 장판만 새로 하고 더러운 곳을 직접 청소했다.
하지만, 이 기쁨이 곧 ‘전세반환소송’이라는 불행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