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친구 세 명(돈까스)

바삭하고 부드럽고 촉촉해..!

by Gourmet

싱이는 돈까스 처돌이다.


처갓집 양념치킨 마스코트 처돌이로 유명해진 단어인 '처돌다'는 비속어로, 친구에게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이 표현 외에는 달리 싱이의 돈까스 사랑을 서술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정말 싱이는 돈까스에 미쳐 돌아버린 사람이다.

뭉실뭉실한 버섯을 닮은 단발머리에 보송보송한 솜털이 있는 짱구볼, 농담곰을 닮은 입꼬리까지 싱이는 햄스터상이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햄스터가 다양한 포즈를 취하거나 자막을 붙인 짤들의 주인공처럼 생겨 겉모습로 보면 꼭 상추만 오물오물 먹고살 것 같은데 고기인 돈까스를 애정한다.

아니 생각해보면 겉모습뿐만 아니라 아침마다 해바라기 씨앗을 갉아먹는 것처럼 불 꺼진 강의실에서 혼자 아침으로 삼각김밥을 먹고 있거나 꼭 저를 닮은 하얗고 파우더리한 딸기찹쌀떡에 사족을 못쓴다는 것, 본디 햄스터란 작고 복슬한 외모와 달리 동족을 물어 죽이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돈까스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정말 싱이의 본체는 햄스터가 아닌지 의심해보아야 한다.

보통 돈까스와 제육볶음은 남자들의 소울푸드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자인 싱이에게는 이 통념이 예외다. 어쩌면 남자들보다 더 돈까스를 좋아할지도 모른다. 싱이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식당은 모두 돈까스 맛집이고, 친구들의 스토리에 돈까스가 올라오는 날이면 어디 가게인지를 기어코 알아내고 만다.

싱이와 만나는 날의 점심 또는 저녁 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다. 예상했듯이 돈까스다. Rain에게 콜라와 마라탕에 대해 물었던 것처럼 싱이에게도 손으로 마이크를 만들어 리포터가 취재하듯 '돈까스를 좋아하는 이유는요?'하고 물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한 싱이의 대답은 '돈까스는 바삭하고... 부드럽고... 촉촉해...!!'였다.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명대사를 패러디해 따라한 것인데, 평소 후배들한테 유행어를 배워왔다면서 나에게 알려주고 재밌는 이미지가 있으면 보내주곤 하는 싱이의 성격과 어울리는 대답이었다.

싱이와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빅데이터를 만들어 싱이의 돈까스 취향을 분석한 결과 경양식 돈까스 보다는 바삭바삭함이 살아있는 일식 돈까스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렇게 추리한 근거는 싱이가 과제에 깔려 점점 회색빛이 되어가고 있던 날이었다. 평소 싱이가 돈까스를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옆자리 선배가 알려준 서울 3대 돈까스 맛집을 놀러가자고 먼저 제안한 적이 있다. 데미글라스 소스가 일품이라고 소문난 곳이었는데 바로 화색을 나타낼 줄 알았던 싱이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음... 생각해볼께."

생각해볼께? 돈까스라면 사족을 못쓰는데 예상과는 다른 반응에 '싱이의 웃음을 깨울려면 일식 돈까스가 아니면 안되는 것이었군.'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경양식 돈까스냐, 일식 돈까스냐 하는 것은 탕수육 부먹이냐, 찍먹이냐 하는 논쟁과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아무거나 상관없는 나와 달리 싱이의 말대로 바삭하고, 부드럽고, 촉촉한 일식 돈까스가 아니면 안되는 것이었다. 빵가루와 기름으로 빚어진 황금빛 튀김옷을 입어 뚫기 위해 0.5 g·cm/s²의 힘을 주어야 분홍빛 육즙이 베어나오는 바삭한 돈까스. 송곳니로 한번 씹자마자 녹아내리는 비계가 야무지게 한자리 차지해 살코기와 찰싹 달라붙어 부드러운 돈까스. 와사비를 약간 바르고 소금을 콕 찍어 혀에 닿는 순간 침샘이 열려 소스가 없어도 촉촉한 돈까스.

돈까스는 맛있는 음식이 되기 위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첫번째로 고기이고, 두번째는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튀김류이다. 그러나 이런 맛있는 이유 때문에 위험요인이 있다. 아름다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잔뜩 몸에 두룬 장미처럼 맛있음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돈까스도 까실까실한 튀김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다. 이따금 정말 바삭한 돈까스를 먹을 때면 입천장이 여린 나는 아기 고슴도치를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거기다 기름을 품어 뜨겁기 때문에 입천장이 까지고 데이기까지 한다. 한동안은 이런 후폭풍이 두려워 돈까스를 멀리했다.

그런데 싱이와 만날 때마다 돈까스를 먹었더니 나도 돈까스가 종종 생각나곤 했다. 친구끼리는 행동이 닮는다는 말이 있는데 입맛까지 닮아가는 것 같다. 친구에 대한 우정이 음식에게까지 투영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취업을 해서 자동차를 몰게 되면 싱이와 '전국의 돈까스 맛집 도장깨기를 다녀야겠다.'를 공부의 동기로 삼기도 한다. 이제 그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화이팅이다.

최근 여름휴가를 떠난 싱이는 톤쇼우의 사진을 보내왔다. 내가 봤을 때는 톤쇼우를 가기 위해 대구로 여행지를 설정한 것 같다. 전에 내가 부산에 간다고 하니 싱이는 톤쇼우에 꼭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막상 가서 수강신청을 하듯 오픈시간에 예약을 했는데 접속자 수가 하도 많아 서버가 폭발해버렸다. 아쉽게도 싱이의 소원을 대신 이루어주는데 실패했는데, 결국 싱이는 톤쇼우에 대한 소원을 이루어버렸다. 아래는 싱이가 보내준 톤쇼우의 사진을 첨부한다. 여동생과 맛있는 식사를 한 것 같다. 정갈하게 찍은 사진에서조차 돈까스에 대한 애정이 사진을 뚫고 나온다.

디리링~! 방금도 싱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돈까스 먹으러 갈래?"

나는 웃으며 답장을 보낸다.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도 점심 혹은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면 돈까스를 추천하는 바이다. 진부한 말이지만 진짜 맛있다!

이전 03화밥친구 두 명(마라탕과 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