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친구, 실습(식빵)

이런 식빵

by Gourmet

"모래반지, 식빵식빵"


조리과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우리 학과 이름에 식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요리를 하는 수업이 있긴 하다. 학과 이름 때문에 퍼플섬 표류기에서 언급했듯 복학생 선배들은 대부분 취사병(조리병) 출신이다. 그래서 보통 재료손질과 요리의 전반적인 부분을 복학생 선배들이 맡고 우리는 설거지를 담당했다.

이런 요리 금손 선배들도 젬병인 음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은 식빵 제조 수업이었다. 아무래도 복학생 선배들도 빵은 직접 만들어 볼 일이 적다 보니 반죽이 너무 묽어지고 만 거다. 호텔조리학과 출신의 제과제빵 자격 소지자 일명 '문딸기(밥친구, MT편의 달이의 별명이다.)'의 심폐소생으로 얼추 식빵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다. 이제부터가 재밌는 대목이다. 우리는 달걀의 수분을 빼먹고 물을 넣어 망할 뻔 했는데, 교수님이 안 보실 때 남아있던 재료의 밀가루를 뽀려서 겨우겨우 수습을 했다는 거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요리를 할 때에도 각자의 성격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큰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의 복학생 선배 '조세핀'은 생김새와 다르게 확신의 인뿌삐다. 조세핀 선배는 생기가 없는 식빵에 속재료로 넣으라고 구비되어 있던 건포도와 밤으로 병아리를 잉태시킨 거다. 물론 구워지면서 눈과 입이 어디론가 도망가버리기는 했지만...

우당탕탕했던 과정과 다르게 맛은 좋았다. 쬐애끔 질기긴 했지만 따끈한 온기의 빵은 잼 없이 먹어도 달큼해서 자꾸만 손이 갔다. 식는 순간 돌처럼 딱딱해져 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뭔가 비웃는 거 같은 병아리


금요일 연재
이전 04화밥친구, 피크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