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찾아서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 정정 피크닉!
매년 4월이 되면 목포대학교 교정은 벚꽃으로 뒤덮인다. 올해는 날씨가 특히 새파랗게 맑아, 신입생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대학교 벚꽃 축제'의 명성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교수회관과 공대 2호관 사이 넓은 잔디밭은 키 큰 벚나무들이 만들어낸 핑크빛 터널로 유명하다.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식품공학과 소속인 우리가 이곳을 선택한 건 순전히 공대에서 가장 가까운 명소였기 때문이다. 낭만보다 효율, 그것이 공대생의 숙명이다.
4월 4일 월요일, 마지막 수업인 유기화학 실험이 일찍 끝났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단체 톡방에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깜짝 이벤트의 난쏘공 시은이가 보낸 "번개 피크닉 ㄱㄱ?"이라는 짧지만 강렬한 초대장이었다. 마침 수업 이후 아무 일정도 없던 우리 5명은 일사천리로 긍정의 답신을 보냈다.
아름다운 봄날의 피크닉이라니! 들뜬 마음으로 우리는 치킨, 포테이토 피자 등 음식을 잔뜩 주문했다. 미리 소식을 들은 친구는 곰돌이 모양 컵케이크까지 챙겨왔다. 벚꽃 아래 펼쳐진 이 즉흥 연회는 그야말로 식품공학과다운 피크닉이었다. 우리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완벽한 조화를 음미하며 배불리 먹었다.
포만감에 젖은 우리는 이내 인생샷 촬영에 돌입했다. "여기 배경 예쁘다!", "이 각도로 찍어봐!" 서로에게 포즈를 코칭해주며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아마추어 포토그래퍼가 되어 있었다. 센스 만점 동기 언니는 필름카메라까지 챙겨왔다. 우리는 동물의 숲 주민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핸드폰 저장공간이 비명을 지를 만큼 사진을 찍어댔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는 옆에서 봄놀이를 즐기던 4층 이웃 건축학과와 상부상조 정신을 발휘했다. "저희가 찍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저희도 찍어드릴게요!" 공대 건물 안에서는 경쟁자지만, 벚꽃 아래에서는 모두가 봄을 사랑하는 동지였다.
수업을 일찍 끝내주신 교수님 덕분에(큰 그림을 그리신 건지 우연인건지는 모르겠지만) 통학버스 시간까지 여유가 생겼다. 우리는 정문 쪽으로 이동해 또 한 차례 촬영회를 가졌다. 이번에는 퇴근하시던 학교 직원분들이 "재밌게 논다!" 하시며 흔쾌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주셨다. 퇴근 시간인데도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신 그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린다. 그날 찍은 사진들은 종강까지 우리 SNS 프로필을 장식했다.
학생들 사이에는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씁쓸한 농담이 있다. 특히 늦은 밤 실험실을 지키고, 과제에 치이는 공대생에게 봄은 창밖으로만 스쳐 지나가는 계절이다. '이렇게 과제만 하다 봄이 끝나는 건가' 싶은 순간, 한 친구의 예상치 못한 연락 한 통이 우리에게 낭만적인 추억을 선물했다.
그날 우리의 우정은 컵케이크 위 생크림처럼, 아니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부풀어 올랐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이번보다 더 많아진 친구들과 함께 더 신나는 봄놀이를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