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냐, 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ミン ちゃん、はい~ 何が好き? パスタ よりも、あなた! (민짱, 네~ 무엇이 좋아? 파스타보다 너!)
지금은 졸업했지만 내 옆자리에는 북극곰이 살았다. 180cm가 훌쩍 넘는 큰 키에 더벅머리, 검은색 사각 안경, 하얀 티셔츠에 회색 츄리닝 바지. 영락없이 애니메이션 속 빼꼼이다.
통칭 민짱. 내가 작성하고 있는 논문보다도 더 연구 대상인 선배였다.
그 가 6개월간 이뤄낸 업적은 다음과 같다. 적고 보니 스펙으로 써도 될 만큼 화려하다.
하나, 장기자랑 무브로 흑역사 생성하기
둘, 3개월 동안 매일 본 후배 이름 기억 못 하기
셋, 교수님 오면 밤샘 공부로 죽은 척 하기
넷, 일본어 남발하기
다섯, 점심시간 만화 월드컵 하기
여섯, 게임 BGM을 자체 생성해 소음공해하기
일곱, 데이터 파일 날려먹기
여덟, 마감일 직전이면 늘 "비상이다!" 외치기
아홉, 실험복을 앞치마처럼 둘러 비커 워싱하기
열, 담배 냄새 풍기기 (이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단점들만 나열했지만 사실 선배들 중에서 제일 착하고 인간미 있는 선배다.
워싱도 보통 후배들이 하는 일인데 일찍 나와서 일을 덜어주고,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꼭 의견을 먼저 물어봐 준다.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상냥함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다. 까도 까도 반전인 양파 같은 인간이다. 시끄럽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없으니까 허전하다. 언젠가 이 사람에 대한 관찰일지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와서 속이 다 시원하다.
숱한 엉뚱함 속에서도 가장 큰 반전은 좋아하는 음식에 관한 것이었다.
겨울방학을 맞아 횟집으로 회식을 간 날,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선배들끼리 부산으로 학회를 갔는데 민짱이 꼭 가야 하는 맛집이 있다며 지도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곳은 바로 크림 파스타 맛집.
생긴 것만 보면 국밥만 먹을 것 같은데 파스타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파쿵야 같은 기적의 레시피를 읊어줬다.
민짱's 파스타 레시피
라면을 뜯어 스프는 버리고 면만 삶는다.
면이 반쯤 익으면 꺼낸다.
시판 토마토소스를 부어 다 익을 때까지 버무린다.
Finish~
손 씻기가 6단계인데 그것의 절반이다. 이렇게 간단하고 명쾌할 수가.
라면과 시판 소스는 대기업의 맛으로 실패할 염려가 없으니 퇴근하고 알바 가기 전 타임 어택으로 만들어 먹기 그만이란다. 바쁘기도 하거니와 파스타 면이 익기를 기다릴 인내심이 없다나. 신박한 발상에 감탄이 일면서도 측은하고 애잔했다.
그런데 듣다 보니 한 가지 쓸데없는 의문이 들었다. 과연 면이 라면인데 파스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소스가 파스타 소스이니까 파스타라고 부를 수 있나? 물론 콕콕콕 스파게티가 있지만 이것은 식품 유형으로 따지면 엄연히 유탕면이다. 유탕면은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인스턴트 라면을 지칭한다.
토마토라면이 더 정확한 표현 아닐까?
내가 딴지를 건다 해도 사실 음식 이름은 만드는 사람 마음대로 붙이기 마련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긴 하다. 중요한 건 맛있다는 거니까.
민짱에게 파스타는 크림 파스타 맛집에서 먹는 그 맛도, 라면에 토마토소스를 부은 그 맛도 다 파스타다. 퇴근하고 알바 가기 전 5분 만에 후루룩 넘기는 것도, 부산 학회 가서 지도 찾아가며 먹는 것도 다 파스타다.
생각해 보면 민짱의 파스타 철학은 그의 인생 철학과 닮았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간단하고 명쾌하다. 실패할 염려가 없다. 바쁘지만 좋아하는 건 챙겨 먹는다. 인내심은 없지만 행복은 빠르게 온다.
그래, 민짱. 네가 파스타라고 하면 파스타인 거야.
여러분의 생각은?
면이다 vs 소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