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친구 아홉 명(라면)

바다맛 라면

by Gourmet

미녀는 라면을 좋아해!(*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패러디)


여름은 역시 바다다. 끝없이 밀려오는 푸르른 파도와 내리쬐는 레몬향 태양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여름의 열기를 날려버릴 수 있다. 그런데 Dr.R 언니와 개복치를 포함한 우리는 라면을 먹기 위해 바다에 간다. 삼면이 바다인데 그중 어디로? 조개를 캘 수 있는 명사십리로! 완도 명사십리는 적당한 파도가 쳐 튜브에 몸을 맡기며 유유자적할 수 있고, 바다맛 라면의 핵심 재료인 조개를 캐기에도 제격이다.

우리가 하루 종일 바다에서 나와 Dr.R 언니가 놀고 나오면 개복치는 반나절 물놀이를 즐기고 바지락과 홍합 같은 조개를 캔다. 개복치의 조개 캐기는 생활의 달인을 방불케 한다. 트랙터로 감자를 우수수 들어내는 것처럼 남들이 조개 하나를 캘 때 개복치는 다섯 개를 발굴한다. 개복치와 자매지간인 Dr.R 언니의 뛰어난 관찰력으로 작성된 논문 「수생물 덕후 개복치에 관한 탐구와 고찰」에서 개복치를 '수생물 덕후'라 칭하는데 이러한 능력으로 그 별칭에 대한 근거를 추가해야 한다. 개복치는 이 논문을 읽고 내가 붙여준 별명이다. 큰 키와 달리 잔병치레가 많은 모습이 [살아남아라! 개복치]라는 비디오 게임의 주인공과 꼭 닮았다. 아래 「수생물 덕후 개복치에 관한 탐구와 고찰」을 발췌해 왔다. 처음 논문을 읽었을 때 그 재치에 저항 없이 웃음이 터져서 광대가 하늘까치 승천할 뻔했다.


수생물 덕후 개복치에 관한 탐구와 고찰 (2023. 5. 1.)


관찰자 Dr.R


본론에 들어가기 전


지금부터 나는 눈으로 읽기만 하여도 소름이 돋는 생명체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한다 앞으로 나온 내용은 모두 실화이며 단 1%의 과장이나 거짓을 서술하지 않았음을 알린다.

"수생물 덕후" 통칭 개복치라 하는 여성(생물학적 관점)의 별명은 2022년 무렵 작은 어항을 본인 방에 들이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무렵 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지경(후에 자세히 설명토록 하겠다)이 되리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하였기에 매우 통탄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하며 과거의 나를 지탄하는 바이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개복치(이하 ‘그’ 또는 ‘그녀’)은 밀양 박 씨 규정공파??(불확실) 대손으로 양력 200X년 0X월 XX일생, 혈액형 O형, MBTI INFJ, 병력 편도 제거, 과잉치 발치, 쌍꺼풀 생성 및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입원, 학력 중졸이다 알고 있으면 독자의 인생에 도움은 안 되지만 본문 탐독 시 이해를 도울 수 있으므로 파악해 두도록 하자.


집착과 탐욕의 서막


그녀의 수생물에 대한 탐닉은 사실 오래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곁에서 고통과 피해를 입은 자로서 그(약 1년) 기간은 이미 질릴 대로 질려 마치 시작과 끝이 없는 영원의 시간과 같았다 그녀의 방에 들인 구체 모형의 작은 어항 역사는 이로부터 시작된다.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쉽게 볼 수 있는, 사육 난도가 낮은 금붕어 이것이 문제였다. 비교적 거슬리지 않는 이 생명체에 대하여 당시엔 가끔 존재의 여부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그러나 뒤를 이어 그의 마구잡이 인터넷 쇼핑과 무차별적인 중고 거래(당*마켓)를 통하여 수생물 말하자면 헤엄치며 아가미가 있는 생물들과 관련된, 심지어 전문가 수준인 물품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가재, 소라게, 달팽이, 애벌레, 거북이를 잇는 그야말로 아가미(?)의 새로운 시대가 탄생한 것이다. 급기야 아가미(?)들을 위해 본인을 희생하는 행동을 나타냈다. 먹이를 주고 물을 정기적으로 갈아 주는 등의 기본적인 관리와 더불어 동반자의 희생까지 요구하는 밤새 여과기 틀기, 야행성인 소라게 방치하기까지.. 임시적으로 같은 방에서 지내는 자로서 소라게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언젠가 실수인 척 꽃게탕과 같이 끓여진 소라게를 발견하더라도 화를 낼 수 있는 자격은 없다는 말이다.

그의 별칭인 "수생물 덕후" 이것은 수생물을 사육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섭취하는 것도 해당한다. 그녀의 최애(favorite) 연어회 참으로 불쌍한 생명체이다.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이 왜 그녀의 먹잇감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가끔 그가 연어회를 원할 때 구해다 주지 않으면 알래스카 곰과 같은 포효를 하곤 한다. 그 광경을 목도한 사람이라면 분명 야생동물 신고접수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무엇이, 왜, 어째서 그녀로 하여금 수생물에 대해 집착하고 탐욕스럽게 그것을 취하게 만들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임시 거처에 거해야 하는 새로운 상황에 대한 불안감과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몰두할 것이 필요했을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략)


이야기를 마치며


오늘날같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이토록 신선하고 독특한 21세기 생명체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어떠한가 물론, 본인은 아무 기분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 수생물 덕후에 관하여 독자들은 이따금씩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각이 날 때마다 소름이 돋겠지만, 그녀의 쌍꺼풀 수술 전과 후를 생각하면 흥미롭기가 그지없을 것이다. 살면서 힘든 일이 생기면 이 여성이 알래스카 곰으로 변하는 순간을 생각토록 하자. 모두 건행하길 바라며 이만 이야기를 마치겠다.



개복치 못지않게 Dr.R 언니 역시 바다와 인연이 깊다. 해양대학교에서 근무하며 조선업, 잠수함 등 각종 바다에 대한 지식을 겸비하고 있다. Dr.R 언니와 함께 일하는 후배들은 언니를 chatGPT로 묘사하는데 그 캐릭터가 마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 나오는 기계촉수를 가진 옥박사 같다. Dr.R이 아니라 Dr. Octopus라고 불러야할지도. 랑보르기니 선장님이자 개복치의 동거인인 Dr.R 언니의 논문을 읽어보면 느껴지겠지만 나의 글씨기 스타일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 인물이다. 더불어 Dr.R 언니는 양파쿵야의 맑은 눈을 가진 미인이다. 참으로 맑은 눈의 광인이다. 이와 관련된 한 가지 일화가 있다. 하루는 CGV에서 샀다며 책으로 변장한 노트를 보여줬다. 공감이 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는 그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어쩜 이렇게 자신과 어울리는 물건을 골라왔는지 감탄했다.


양파쿵야's 기적의 인생 레시피


준비재료:

· 나의 인생, 맑은 눈

· 줏대 있는 마인드

· 인생을 살며 이루고 싶은 위시 리스트

· 가방(없으면 책상으로 대체 가능)


조리 방법:

1. 준비된 눈을 최대한 맑게 뜬다.

2. 인생을 살며 이루고 싶은 위시 리스트를 다음 페이지에 양껏 적는다.

3. 이 레시피 북을 가방 속에 넣는다. 가방이 없다면 책상 위에 올려 둔다.

4. 남들이 뭐라 하건 줏대 있게 살아간다.

5. 기적의 인생 레시피 안성.

Ps. 그때 열심히 할걸...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


다시 바다로 돌아와 Dr.R 언니의 표현에 따라 개복치의 최애(favorite)가 연어회라고 한다면 언니의 최애(favorite)는 라면이다. Dr.R 언니에게 라면을 대령하면 두 배 더 반짝이는 눈을 마주 할 수 있다. 바구니 한가득 캐논 조개를 흐르는 물에 씻어 개복치네 어머니께 드리면 커다란 솥에 보글보글 보글보글 맛 좋은 라~면을 끓여 주신다. 그러니까 바다맛 라면은 Dr.R 언니와 개복치의 합작품인 것이다.

수영장에 간다면 컵라면을 먹어야 하지만 바다에 오면 반드시 가스버너를 켜 봉지라면을 끓여야 한다. 이것이 여름의 낭만이다. 파르르 끓는 물에 수프와 사선으로 썬 대파가 들어가 매운 향이 나기 시작하면 인내심이 바닥단 체력처럼 떨어지기 시작한다. 마침내 종이대접에 담긴 라면을 받아 들면 바다에서 노느라 쪼글하고 차가워진 손을 덥히는 성능 좋은 손난로가 된다. 퉁퉁한 면발을 나무젓가락으로 크게 집어 호로록 빨아들이면 다시 바다에 들어갈 에너지가 충전된다. 바지락에서 나온 숙신산의 시원함은 자동으로 맥주 거품 같은 포말을 떠올리게 한다. 한 번 더 국물을 마시면 스펀지밥의 비키니 시티같이 조개들이 여행했을 바닷속을 상상하게 된다. 뜨거운 국물 속에서 느껴지는 시원함. 이보다 더 근육을 이완시키는 맛은 없다. 바다맛 라면을 먹을 때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는 것. 신기하게도 바다맛 라면에 들어간 조개에는 따로 해감을 하지 않아도 모래가 없다. 모래가 씹힌다면 바닷물과 모래에 절여진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모래일 확률이 높다. 돌도 씹어먹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면 이 주의사항을 꼭 지켜주기를 바란다. 하긴 뭐, 이 모래알갱이마저도 바다맛 라면의 묘미다.


재미도 맛있음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고 여름 바다! 내년부터 나에게 여름방학은 없지만 바다맛 라면을 먹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라면과 여름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여담으로 Dr.R언니의 여름바다를 소개했으니 겨울날의 일화도 소개해보고자 한다. 바로 노인과 바다처럼 대어를 낚은 것이다. 지인들과 이디야를 가서 언니가 간식은 자기가 사겠다며 붕어빵 10마리를 시켰다. 사실 20마리를 살려 했으나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서 참은 거였는데, 알고보니 붕어빵 두마리 세트를 10개 시킨거였다. 버튼 20번을 눌렀으면 붕어빵이 40마리가 나올 뻔 한거다.

분명 직원이 말하길 붕어빵 여덟 마리를 접시 하나에 먼저 주면서 "저희가 한 번에 여덟 마리씩밖에 못 구워서 두개는 이따가 또 불러드릴게요."라고 말했단다. 언니는 당연히 그것이 두 마리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 접시 두 개에 붕어빵이 한 가득 담겨나온 것이다.

순간 머리속이 하애져서 '뭐지... 내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원이 두 접시가 다 나왔다고 했다.

"... 제가 이렇게 많이 시켰나요?"

"네. 스무 마리 시키셨는데요?"

"아...그래요..."

하고 두 접시를 들고 자리로 돌아가는데 너무 웃겨서 하마터면 붕어빵을 다 쏟을 뻔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두번 다시 같은 실수 하지 않겠어.(낄낄낄 세 번 할거임.)이라는 포부를 비췄다.


+ 올해는 소나기가 와서 무지개도 떴다. 지친 몸을 일으켜 사진부터 찍었는데 흔들리는 자동차 속임에도 선명하게 찍혔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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