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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Z 사원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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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우주 Jul 11. 2023

입사하다

돌멩이

 입사한 지 일주일 째다. 대구 출신인 나는 집이 없어 고시원에서 지내며 출퇴근을 한다. 출근을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서면 늘 긴장 반 떨림 반 상태이다. 하지만 막상 출근을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컴퓨터만 바라보며 앉아있는다. 하루는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아,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반갑게도 누가 말을 걸어 줄 때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네! 해보겠습니다'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두 가지였다. 보통 신입사원들은 스스로를 말하는 감자라고 하지만, 나는 돌멩이였다.

 나름 큰 회사인데, 소수 직무라 그런지 동기가 많이 없다. 맘 편하게 대화할 사람이 없다. 그래도 주변에서 밥을 먹을 때, "회사 어때요?", "신입사원 즐겁지 않아요?"라고 물어보면 "네! 너무 신기하고 설레요!"라며 밝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척을 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학생 때 배웠던 것과는 거리가 먼 팀에 배치받았다. 암호 및 보안 파트에 배치를 받고 처음 들었던 말은 "인증서나 암호학에 대해서 쫌 알아요?"이다. "은행 공인 인증서는 들어봤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공부해서 알아가 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속으로 나는 '비트코인이 유행했을 때나 들어보았던 암호학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알겠어'라며 답답하게 생각했다.

 

 물론, 대학교 때와는 다른 영역에서의 일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있다. 하지만, 대구에서 올라와 아는 사람도 없고 심지어 동기도 없어 말할 사람이 없는 환경과 아예 무지한 영역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내가 꿈꾸던 사회생활의 로망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꿈꾸던 행복한 신입사원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며 운이 안 좋았다고, 이 회사가 나랑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고시원 기간을 연장하며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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