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다
취업에 성공했다. '최종 면접에 합격했습니다'라는 문구를 마주하고 정확히 2분 정도 기뻤다. 아니 어쩌면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제 끝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나 몇몇 사람들은 취업을 하고 눈물을 흘리던데, '다 연기였구나?'라는 마음과 함께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 '대학생도 다 끝났구나..', '나의 청춘이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다. 이제 방학도 없고, 자유도 사라지겠다 싶었다. 섭섭한 생각과 동시에 왜 나는 그렇게 기쁘지 않을까? 싶었다. '대학생 때를 후회하나?' 후회 없이 여러 경험들을 쌓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배웠기 때문에 아쉬움은 있을지라도 후회는 없다. '더 놀고 싶은 건가?' 여행도 많이 다니고 술도 나름 많이 마시고 놀만큼 놀았다고 생각했다. 그럼 왜 그럴까? 무슨 감정인지 혹은 무엇 때문인지 알지 못할 생각들이 머릿속에 하루종일 맴돌았다.
나도 모를 감정을 뒤로한 채, 주변 사람들에게 취업을 도와주셔서 감사인사를 전하고 취업 축하를 받았다. 그리고 부모님께도 아들이 다 커서 돈을 벌게 되었다며, 이렇게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였다.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학창 시절 내가 기억하던 아침에는 출근해서 보지 못하고 저녁에는 볼지도 안 볼지도 모를 아버지의 모습이 이제 내가 될 것 같았다.
나름 취업을 했다고 앞으로 저축과 세금 관리 꿀팁을 알기 위해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난생 관심도 없었던 주택청약 통장을 만들고, 매달 저금을 할 통장을 만들었다. 나름 다 큰 것 같다는 뿌듯함이 들었다. 고등학생 때 꿈꾸던 한 손에 가죽 가방을 들고 정장을 입은 여의도의 회사원이 된 것 같았다. 뿌듯함은 눈을 뜨고 생활할 때만 찾아오는 철새 같았다. 매일 밤 눈을 감으면 '벌써?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는데?'라는 생각들이 잠을 못 이루게 하였다. 그렇게, 상반된 생각들과 함께 사회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해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