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에게만..?
입사한 지 한 달째다. 입사를 하자마자 각종 교육들이 나를 불렀다. 계열사 교육부터 시작해서 사업부 교육까지 교육으로만 한 달을 보냈다. 정말 재미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행자분이 기존에는 4일 합숙하며 모두가 친해지는 교육인데 아쉽게도 이번엔 비대면으로 진행한다고 하였다. 편하게 대화할 사람이 절실했던 나는 '나한테 왜 그래..?'라는 원망과 함께 몰입감이 떨어진 채 컴퓨터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진행자분이 열심히 준비한 것에 있어 실망감을 안겨드릴 수는 없기에 수업 시간마다 즐기는 척을 하고 설문조사에는 만점을 표시했다. 연기를 잘하는 성격인 것 같다고 느꼈다. 다 때려치우고 배우 한번 해볼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회사지만 같이 취업 준비를 하던 친구들은 동기들과 술도 마시고 MT도 가고 재밌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친구들을 보며 내가 처한 환경을 탓하기도 하고 친구들의 회사가 부러워 보이기도 했다. '왜 이런 일들이 나한테만 일어나는 걸까?', '이건 너무 대조적인 거 아니야?' 영웅 영화 속 등장하는 승리한 주인공 옆 비참한 울고 있는 악당이 나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지루하던 교육의 시간들이 끝나가고 있었다. 비대면 교육의 끝은 나를 우울의 벽 끝까지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루동안 입을 열 순간이 커피 주문할 때와 고시원 화장실에서 사장님을 마주칠 때면 사장님이 "오늘은 출근 안 하냐?"라고 물어볼 때 "재택이에요.."라고 대답할 때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우울증에 걸리는 것에 대해 공감되지 않았던 나는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혼자 서울에 있다는 심심함과 좁아터진 고시원 생활의 고독한 환경 속에서 취미가 생겼다. 고독이 찾아오면 따릉이를 빌려 한강을 달리기 시작했다. 한강을 달리며 예쁜 색깔의 빛이 나오는 대교들을 보면 마치 내가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드라마 주인공처럼 자전거를 타며 '이거 또한 이겨내야지,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닐 거야.. 진짜 x나 성공해야지..'라고 마음먹으며 다시 마음을 바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