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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Z 사원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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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우주 Jul 16. 2023

주간 업무 보고

그 프로젝트에서는 너가 전문가야

 입사한 지 세 달 째다. 기초 학습을 어느 정도 익혔다고 생각되어 멘토님은 나에게 프로젝트의 어느 한 부분을 맡기셨다. 멘토님과 함께 앞으로 수행해 나갈 프로젝트이며 멘토님이 개발 진행 중이기도 하다. 


"내년 겨울에는 양산을 시작할 거예요. 그전까지 개발을 완료해야 해요."

"한 60% 완료되었으니까, 조금만 더 개발하고 테스트를 하면 됩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네.. 알겠습니다."


 처음으로 업무보고 시간에 나의 이름을 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 맡아보는 프로젝트에 있어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고 '뉴스에서 보던 제품들을 드디어 개발하는 것인가?' 설레기도 했다. 


 막상 프로젝트에 투입되니, '개발을 시작한다'라는 환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정말 웃기게도 아무것도 모르겠었다. '이게 왜 이렇게 동작하지?', '무슨 코드를 타고 도는 거지?' 정말 돌멩이가 된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기에 모를 때마다 멘토님을 찾아가 물어보았다. 그럴 때마다 멘토님은 모든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동작을 알기 위한 개념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STATE-MACHINE에 대해서 알아보세요."

"SPI에 대해서 알아보세요."


 그 몇 줄 되지도 않는 개념을 이해하는데도 몇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정말 웃기게도 개념을 습득하고 코드를 보면 무언가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 동작을 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초 개념을 습득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프로젝트 개발도 중요하지만, 해당 분야의 기초 역량을 쌓는 것도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도서관에 가서 임베디드 책을 구매하고 읽기 시작했다.


주간 보고 시간에 내 이름이 올라가기 시작한 지도 2주가 지나가고 있었다. 멘토님은 같이 수행하는 프로젝트 외에도 2개의 다른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계셨다. 멘토님이 너무 바빠 보여서 종종 무엇을 개발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이해가 되었다. 멘토님과는 별개로 나는 아직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생각이 볼 때마다 느껴졌다. 

'000 기능 개발', '000 테스트 수행'의 멘토님의 진행 내역과는 달리 'XXX학습', 'XXX 개념 이해'라는 나의 이력들은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가끔씩 프로젝트 리더님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번에 진행하고 있다던 '000'문제는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나요?"

"해당 기능은 언제까지 마무리될 것 같아요?"


나의 대답은 항상 "잘 모르겠습니다."였고, 옆에서 멘토님이 늘 옆에서 대답해 주셨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면 속으로 '이제 시작했는데, 내가 어떻게 알지 알고 나한테 물어보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멘토님이 휴가 셔서 부재인 와중에 주간 보고가 진행되었다. 이번 주 업무 보고에는 '00 기능 동작 확인'이라 작성했다. 처음으로 나름 프로젝트 관련 된 것을 작성하여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프로젝트 리더님이 나에게 또 질문을 하셨다.


"이건 저번에 멘토님이 하신 거 아닌가요?"

"네? 아 들은 적 없는데, 우선 제가 진행하였습니다."

"아 그리고 우주님, 저번주에 말한 000 문의 사항들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모르겠습니다.."

"00 기능 개발은 언제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 것 같나요?"

"처음 들어보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00에 대한 메일은 전달했어요?"

"모르겠는데요?"

"..."

"네.. 알겠습니다 ~"


 방패막이 사라지고 장군과의 1대 1 매치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식은땀이 조금 흘렀다. '하! 근데 나는 이제 시작했는데, 왜 자꾸 나한테 묻는 거야.,. 전 모른다고요!!' 속으로 외쳤다. 주간 업무 보고 시간이 끝나고 프로젝트 리더님이 나를 불러 카페에 데려가셨다. '나 혹시 뭐 잘못했나?'라는 생각으로 따라나섰다.


"요새 회사 생활은 어때요? 할만해요?"

"네, 멘토님이 잘 챙겨주셔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오 다행이네요~ 집은 어디에 구했어요? 출근은 어떻게 해요?"


 다행히도 멘토님이 휴가 셔서 나를 챙겨주시려고 그러시는 것 같아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가 프로젝트 관련 이야기가 나왔다.


"프로젝트는 할만해요?"

"음.,. 아직 모르는 게 많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우주님이 빨리 커서 멘토님의 어깨를 덜어줘야 해. 많이 알고!"

"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게 있을 수 있는데 너무 많아. 무관심한 거 같아. 모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모르는 건 당연한 게 아니야"

"...."

"프로젝트의 우주님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면 내가 우주님한테 물어봐야지. 누구한테 물어보겠어요? 해당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우주님이 전문가야. 나도 모르고 다른 사람도 몰라. 우주님이 전문가니까 책임감을 갖고 알고 있어야 해"

"네.. 알겠습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정곡을 찔린 기분은 이런 기분일까? 나는 여태 내가 모르는 것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신입사원이니까, 이제 막 시작했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고 상대방도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같은 프로젝트인 다른 분야의 동료가 나의 분야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나에게 묻지 않고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일까? 나는 당연히 모르니까??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고쳐먹어야겠다. 신입사원이라고 모르는 게 당연하지는 않다. 적어도 해당 프로젝트의 전문가는 나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다 알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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