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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Z 사원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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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우주 Jul 16. 2023

멘토님의 퇴사 (1)

낙동강 오리알

 입사한 지 어느덧 네 달 째다. 책임감을 가지고 개발하고 있는 제품의 동작을 이해하고 디버깅을 통해 에러를 찾으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회사에서는 신입사원 코딩 교육을 2주 과정으로 준비해 주었다. 프로그래밍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던 나는 이번 교육에 있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팀장님께서는 코딩 및 프로그래밍 역량은 필수라 여기시기 때문에 해당 시험에서 패스를 원하신다며 무언의 압박을 주셨다. 사실, 해당 시험은 비전공자가 바로 통과하기에는 무척이나 어려운 시험이지만, 팀장님께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코딩 교육을 받으러 떠났다.


 코딩 교육은 쉽지 않았다. 기초는 알려주지 않고 여러 문제 풀이를 위한 알고리즘을 바로 알려주었다. 알고리즘을 교육하고 매일 문제를 알려주었다. 해당 문제들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 감점을 했다. 감점이 쌓이게 되면 해당 교육에서 퇴출되게 된다. 나는 밤 10시가 되도록 에러를 찾기 위해 애쓰고 문제를 풀기 위해 싸웠다. 하지만, 문제를 풀지 못하였고 다음 날 선생님께 이렇게 접근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렇게 한 1주일을 살고 나니, '이렇게 교육을 받을 바엔 출근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온 것에 뿌듯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2주 차에는 저녁 7시까지만 앉아 있으면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시험날이 다가왔고, 나는 합격을 했다.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하니 감격스러웠다. '세상에 안 되는 것은 없구나.. 노력하면 되는구나..' 싶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팀장님께 카톡이 왔다. 팀장님은 '00월 시험 친 사람들' 단톡방을 만들어 "시험 합격했나요? 합격한 사람들 말씀해 주세요"라는 메세지를 남겼다. 나는 기쁜 마음에 바로 들어가 "저 합격했습니다!"라고 했다. "수고했어요"라는 말을 들으며,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러웠고 내일 멘토님에게도 자랑해야겠다는 생각에 기뻤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니 멘토님이 먼저 메세지로 "커피 한잔 할래요?"라고 물어보셨다. '내가 오랫동안 오지 않아, 보고 싶었나? 시험 자랑해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네!"라고 대답했다. 


"시험은 어땠어요? 잘 봤어요?"

"멘토님 저 통과했어요 ~"

"오.. 나도 아직 통과 못했는데, 잘했네요 ㅎㅎ 나중에 도움이 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멘토님 ㅎㅎ 잘 지내셨어요?"

"저야 뭐 늘 똑같이 지냈죠 ㅋㅋㅋㅋ 근데 우주님, 저 이직해요. 다음 달부터 없을 예정이에요"

"네?? 아 진짜요?"

"네 ㅎㅎ"

"축하드려요!!"


 처음에는 멘토님이 퇴사하신다는 말이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근데, 거짓말을 칠 사람이 아닌 것을 알고 난 후에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냅다 축하드린다고 축하를 해주었다. 


 자리에 들어와 앉고 생각해보니 큰일이 난 것을 새삼 꺠달았다. 팀의 큰 부분을 맡고 계시던 분이 나가면 이건 누가 다 해결하지? 내가 해야 하나? 난 누가 알려주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한편으로는 '에이 설마~ 내가 다 해야겠어~?'라는 안일한 생각도 해보았다. 


 고시원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일은 둘째치고 앞으로 발생할 가장 큰 문제점은 이제 나에게 말을 건네줄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과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제 또 말없이 지내야 하는 건가..?', '하.. 어떻게 일해야 하지?', '아직 아는 것도 없는데, 누가 알려주지?'...


 큰일 났다. 낙동강 물에 빠진 오리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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