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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Z 사원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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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우주 Jul 17. 2023

멘토님의 퇴사 (2)

좋은 기회

 퇴사를 앞둔 멘토님이 나에게 인수인계를 하기 위한 파일을 작성 중이었다. 엑셀 파일 속 수많은 열들에는  '인수자 : 윤우주'가 가득했다. 멘토님은 나에게 "매주 스터디와 세미나를 진행하시죠"라고 말을 건넸다. 입사했을 때, 내가 배우고 성장하기 위한 스터디가 아닌, 멘토님의 일을 인수인계하기 위한 스터디임을 눈치챘다. 초기의 감사함과는 달리 걱정과 불안함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매주 인수인계 받기 위해 공부하고 야근을 지속했다. 처음 접하는 영역의 업무를 신입사원이 수행하기에는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오랜만에 칼퇴근을 하는 날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들어보니 멘토님이 나를 보고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퇴근하시나 봐요. 오랜만에 일찍 가는 거 같네요. ㅎㅎ 근데 왜 이렇게 한숨을 쉬어요 ㅋㅋㅋ"

"아.. 모르겠어요 ㅋㅋㅋ 그냥 한숨이 나오네요"

 

 그렇게 멘토님과 처음으로 퇴근길을 함께 했다. 


"집이 어디 쪽이에요?"

"아 저는 저쪽에서 우회전해서 나오는 교회 옆쪽 고시원에 살고 있어요"

"아 00 교회? 거기 밥 먹으러 자주 갔었는데 ㅎㅎ"


 멘토님과 이렇게 사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말꼬리를 트기 시작해서 궁금했던 멘토님에게 퇴사하는 이유에 대해 여쭤보았다. 


"내가 퇴사해서, 인수인계 받는다고 고생 많죠?"

"아.. 아니에요 ㅎㅎ 괜찮아요"

"그래요? 그럼 더 과제를 줘야겠네"

"아 그건 절대 안 돼요! ㅋㅋㅋㅋ 근데 멘토님은 왜 이직하세요? 여기 회사가 별로인가요?"

"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요. 옛날부터 꿈이 해외에서 살아보는 거였어요. 대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해외에 한 번도 못 나가봤는데, 출장으로 해외를 나가보니 세상이 참 넓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서 실력을 키워 해외 취업을 꿈꿨어요. 좋은 기회로 성공했네 ㅋㅋㅋㅎ"

"오.. 진짜 멋진데요? 어디로 가요??"

"스웨덴으로 가요"


 멘토님이 이직하시는 이유에 대해서 처음 들었다. 말을 듣기 전에는 단지 '회사가 별로라서 나가시는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가시는 것이었다.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뭐 다른 이유도 있는데, 나중에 회사에서 더 크면 알게 될 거예요~"

"아 뭔데요? 지금 알려줘요! "

"아직은 조금 그래 ㅋㅋㅋ"

"그럼 조금 더 커서 알아볼게요 ㅎㅎ"

"근데 우주님, 내가 나가는 것에 대해 힘들겠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봐요. 나 생각보다 회사에서 잘해서 많은 프로젝트 맡았어. 그 프로젝트들을 우주님이 수행해 내면, 우주님이 다시 회사에서 에이스가 되는 거야~ 신입이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관점이었다. 물론, 인수인계를 받기 위해 배우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느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멘토님 말씀대로 동기보다는 많은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물어볼 때도 있었고 그에 따라, 경력 있는 분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멘토님 말씀대로 힘든 것도 있겠지만, 분명 얻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겠구나..'


"많이 배워서 성장해요. 나중에 많이 커서 관심 있으면 이쪽으로 오고!"

"내 집보다 멀리 와서 이제 갈게요 ㅎㅎ 좋은 밤 해요"


 그렇게 멘토님은 나의 집까지 데려다주셨다. '왜 나의 신입사원 생활만 지옥 같을까'라고 생각하던 인수인계 시간의 관점을 바꿔주신 멘토님께 감사했다. 그러고는 멘토님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열심히 해서 팀의 에이스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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