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책임 사수와의 만남
입사한 지 다섯 달 째다. 멘토님의 이별을 이겨내고 프로젝트 수행에 돌입했다. 멘토님 대신 M책임님이 나의 사수를 맡게 되었다. M책임님은 40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였으며 오랜 기간 동안 임베디드 필드에서 근무한 것 같은 아우라가 느껴졌다.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같은 업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빛도 보지 않는데 얼굴이 하얀 사람이 많이 없다. 다들 답답해서 담배를 많이 펴서 그런가?라는 우스운 생각을 했다. M책임님은 귀찮은 게 많으셨다.
"책임님! 이거 왜 이렇게 설정하나요?"
"나도 몰라~ 찾아봐바"
"책임님! 제가 이해하기엔 A부분이 B로 설정되어야 할 것 같은데, 이거 잘못된 거 아닌가요?"
"응~ 그건 이미 테스트한 것이니까, 굳이 바꿀 필요 없을 거 같아. 그게 맞아"
어쩌면 책임님은 나를 귀찮아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멘토님은 어떤 파일을 참고하라고 하시면서 파일을 찾아 보내주셨었는데, M책임님은 종종 링크를 주시거나 알아서 찾아보라는 듯, 아무 메일이 없었다. 따뜻하게 대해주시던 멘토님이 그리웠다.
강하게 키우시는 M책임님 덕분에 혼자서 찾아보고 궁금증을 해결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쩌면 이런 것을 바라셨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 성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구글에서 개념을 학습하고 해당 부분의 문서를 이해할 때까지 읽어보았다. 하지만, 이 습관은 종종 이해를 위한 나만의 해석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강한 주장을 이끌었다.
"책임님, 근데 이 기능은 문서에서 ~~ 설명하니까 여기서 사용하면 안 되지 않나요?"
"응? 그게 뭔데?"
"아니, 문서에서는 ~ 게 사용하라고 되어있으니까, 다른 부분에 사용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아니지, 이건 큰 부분에서 특정 조건에 해당할 때 사용되는 거야. 그러니까 이게 맞아. 우기지 좀 마"
분명히 문서에서 보았기 때문에, 나의 생각이 맞다고만 생각했었다. 문서를 다시 읽어보면 딱 한 줄로 특정 조건에서 동작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아니 이렇게 중요한 조건을 왜 길게 설명하지 않지?'라고 생각했다. 꼼꼼히 읽어보지 않았던 나를 자책했고 괜히 문서를 탓했다.
물론 틀리게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나는 해당 기능을 바탕으로 모든 문서를 이해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뒤틀려져 버렸다. 점심을 먹어도 힘이 나지 않았다. 이때까지 투자한 시간이 너무 아까워 분했다. 옳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날, 나는 앞으로 공부를 하고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 물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아직 모르기 때문에, 이해한 것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큰 그림이 그려질 때까지는 물어보아야겠다며 다짐했다. 계속 물어보더라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질문을 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책임님, 저는 이것을 ~~ 이해했는데, 해당 기능은 ~~ 할 때 사용될 것이라 생각되어요. 제가 이해한 것이 맞나요?"
"맞다면, 제가 이해하기론 ~사용되어야 할 것 같은데, 왜 여기서는 다른 것이 사용되었나요?"
질문하는 방식을 바꾸니, 책임님은 나름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답변해 주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임님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기 시작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