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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Z 사원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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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우주 Jul 18. 2023

호기심

굳이?

입사한 지 여섯 달 째다. 아직 부족하지만, 비전문가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전보다 공부를 하고 이해하기까지의 시간이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기초 공부가 아닌 전문적인 영역에 대해 학습하고 깨달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너무 질문을 많이 하다 보면, 종종 M책임님도 모르는 것이 있기 마련이었다. 


"책임님, 근데 이건 도대체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 것일까요?"

"몰라~ 그건 안 궁금해.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이야"


"책임님, 근데 이 알고리즘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보안을 왜 도입하지 않을까요?"

"몰라~ 더 좋은 보안이 있겠지. 안 궁금해."


굳이 몰라도 되는 질문들에 M책임님은 항상 궁금하지 않다며 신경 쓰시지 않았다. 난 무언가를 배우면 어디에 사용되는지, 어떻게 적용되면 좋을지를 생각해 본다. 또, 정말 근본적인 원인까지 파고들어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 했다. 반면, M책임님은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옳게 동작만 하면 된다며, 굳이 근본적인 원리를 알 필요는 없다는 주의였다. 이런 나와는 너무 다른 M책임님을 보며 물어보았다. "M책임님, M책임님은 이게 안 궁금해요?" "어. 안 궁금해"


나의 호기심에 공감을 못하는 M책임님에게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할 때면 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동작의 원리부터 학습했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면, 신입사원인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리고 사실 나도 '굳이 알 필요는 없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때론 내가 증명해서 M책임님께 알려줘야겠다며 독기를 품고 공부했다. 운 좋게도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응원해 주는 J대리가 있었다.


 M책임님이 답해주지 않는 질문을 J대리님에게 여쭤보면 친절하게 알려주시곤 했다. 가르침을 받는 와중에도 이해하기 위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했지만, J대리님은 막힘없이 답해주셨다. 그리고 늘 가르침 끝에는 "M책임님이 다 아시는데, 우주님 혼자 공부하라고 하시는 거예요~"라며 겸손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춘 말을 건네주셨다.

 

 스위트한 J대리님에게 궁금한 모든 것을 여쭤보고 싶었지만, 프로젝트가 달라 분명 모든 것을 물어볼 수는 없었다. 또, 한편으로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며 사수인, M책임님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오늘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근본적인 원리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었다. J대리님이 공부하던 나의 모습을 보더니 말을 건네었다.


"요즘은 많이 안 물어보시네요?"

"아 요즘은 프로젝트 관련된 것을 공부하다 보니, M책임님께 물어보고 있어요"

"오 그래요? 다행이네요 ㅎㅎ"

"그런 김에 오랜만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건데, 저는 이렇게 설정하면 통신이 안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되더라고요? 그래서 알아보니.... 이렇게 이해하는 게 맞나요?"

"ㅋㅋㅋㅋ 아 네 맞아요 ㅎㅎ 근데 사실 덧붙이자면 ~~~ 가 있기 때문에 통신이 되는 거예요"

"아 그렇구나 ㅎㅎ! 아아... 늘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ㅎ 우주님, 궁금한 걸 계속 물어보고 찾아봐요. 저도 예전엔 궁금한 게 진짜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궁금하더라도 굳이 필요 없는 것들은 찾아보지 않게 되더라고요 ㅎ 우주님 보면서 옛날 생각도 나고 반성도 하게 되네요 ㅎㅎ"

"아.. 아닙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리고 굳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계속 붙잡고 있던 내 자신에게 뿌듯했다. 근데 동시에 나도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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