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MZ 사원 08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우주 Jul 14. 2023

괴짜 멘토

츤데레

 입사한 지 두 달 째다. 무지했던 분야에 대해서 조금씩 공부하며 성장해나가고 있다. 멍하니 시간을 보내면서 모니터만 바라보기보다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멘토님에게 다가가 "제가 지금 무엇을 하면 되나요?"를 여쭤보았다. 아직은 과제를 받아 수행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셨는지 기초적인 학습을 시키셨다. 그것마저 어려웠던 나는 때때로 '엄청 어렵네.. 괜히 할 것을 달라고 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조금씩 이해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뿌듯했다.


공부를 하며 모르는 것이 생기면 멘토님께 찾아가서 물어보았다. 

"해당 코드를 디버깅해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가 않습니다. 혹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건 기존에 쓰던 것과는 달라서,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해요. (이렇게 저렇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해결되는 모습을 보며 이해한 척을 했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멘토님이 자리를 떠나시면 기억이 사라지지 않게 똑같이 재현하며 배워나갔다. 그렇게 똑같은 일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시스템을 이해하곤 했다.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멘토님에게 감사했다. 



 늦게까지 공부할 때면 늘 멘토님이 계셨다. 멘토님은 팀의 에이스답게 일이 참 많았고 많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열심히 하셨다. 멘토님을 옆에서 본 결과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좋아하고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따로 정리하고 스스로 세미나를 열어 공유하였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끊임없이 탐구하여 알아내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때까지 자리에 앉아계셨다. 그렇지만, 뭐가 잘 안 풀리는지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대가 누구든지 화를 냈다. "요구사항에 다 나와있는데, 좀 읽어 보시면 안 될까요?" 


 친절하시다가도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온전히 정상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잘못은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맡은 바도 잘하고 화를 낸 상황을 돌이켜보면 멘토님이 잘못한 일은 대부분 없었다. 단지 사회생활 능력이 조금 결여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번은 멘토님이 시키신 일을 하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어 질문을 하였다. 


"멘토님 이 부분 잘 이해가 안 되어 찾아보았는데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모르겠는지 정확하게 말해주면 안 돼요? 이렇게 말하면 저도 무엇을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 이 부분이 실제 환경에서는 어떻게 동작되는지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구글 검색)

"이렇게 나오는데, 도대체 뭐가 안 나온다는 거죠? 제대로 찾아본 거 맞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분명 내가 찾아볼 땐 없었는데, 왜 저렇게 검색하니까 나오는 거지? 구글이 사람을 차별해서 검색 결과를 보내주는 건가? 라 생각하며 자책했다. 멘토님이 검색했던 검색어를 기억하고 나의 자리에서 쳐보니 정확히 내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띄워줬다. '검색에도 스킬이 필요하구나..'를 느꼈다. 하나 배워서 뿌듯해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멘토님이 초콜릿을 가져다주셨다. 


"아까 말 심하게 해서 미안해요~" 

"내가 성격이 쫌 그래.. 이해해 줘요~ 근데 검색하는 방법도 기술이에요. 검색 잘하는 방법을 배워봐요"


 말이 까칠하긴 하셨지만 기분이 나쁜 부분은 없었다. 미안하다며 말씀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괜히 몰랐던 것이 죄송스러웠다. 츤데레 같기도 하고 멘토님은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 그래도 가끔은 까칠하지만, 때론 친절한 괴짜 멘토님에게 존경심을 품기 시작했다.



구글에 검색을 잘하는 방법은 실제로 있으며 이는 지금도 상당히 유용하게 쓰고 있다.



 


이전 07화 세미나를 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