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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Z 사원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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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우주 Jul 12. 2023

세미나를 하다

냉혹한 사회

  입사한 지 한 달 째다. 회사에서 첫 일이자 나름 열심히 준비한 세미나를 발표하게 되었다. 온라인 미팅 주소를 만들고 떨리는 마음으로 팀 전체 메일을 뿌렸다.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윤우주입니다.

 00월 00일 00시 전자공학과 보안의 연관성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참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온라인 미팅 주소 : xxxxx.xxxxxx.link



 처음으로 메일을 발송해 보았다. 팀 모든 사람들에게 뿌리는 메일이라 실수하고 싶지 않아 4줄밖에 안 되는 글을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고 5번을 검토하였다. 그렇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고 받기만 했던 수많은 메일들 속에서 처음으로 내용을 알고 있는 메일이 기록에 남게 되었다.



  세미나 발표 당일이 되었다. 떨리는 마음에 15분 전부터 온라인 미팅 링크를 열고 회의실에 착석하여 사람들을 기다렸다. 5분 전 멘토님이 회의실에 들어오셨고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많이 못 봐줘서 미안해요. 그래도 잘 들어볼게요", "네.,. 발표 잘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발표 시간이 되어 참석자를 확인해 보니 아무도 없었다. 또, 회의실에도 나와 멘토님 둘 뿐이었다. 무척이나 허무했다. '아무도 관심이 없구나..' 실망감과 함께 비참하다고 느껴졌다. 준비한 시간들이 아까웠다. 실망한 나를 보셨는지 멘토님이 사람들이 까먹었을 것이라며 다시 전체 메일을 보내라고 말씀하셨다. 


 


안녕하세요, 윤우주입니다.

금일 전자공학과 보안의 연관성을 주제로 세미나가 있습니다.

참석 바랍니다.



 비참함과 실망감이 약간의 화를 이끌어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메일을 보냈다. 다시 메일을 확인해 보니 신입사원답지 않은 까칠한 어투가 느껴졌다. 메일을 보내자마자 20명이 온라인 미팅을 접속했고 미안하다며 3명의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회의실로 와주셨다. 다시 진행하라며 멘토님이 말씀하셨다


  이제 막 접속한 사람들이 마지못해 참석한 것으로 느껴졌다. 메일을 보고 바로 접속하는 것을 보면 '다들 시간이 있었나 보네.. 굳이 들으실 필요 없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굳이 서로 필요 없는 일들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세미나를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여 억지로 준비한 것들을 발표했다. 발표를 하면서 섭섭함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끝까지 마무리 지었다.

 

"질문하실 분 있나요?" 

(정적)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세미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멘토님께서 "고생했어요~"하고 자리로 돌아자고 하셨다. '이건 말이 안돼..'라 생각하며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 세미나라고 하더라도, 완벽한 세미나일 수는 없다. 질문이 없는 것을 보면 아무도 안 들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하루종일 현타와 분노에 차올라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럴거면 열심히 준비하지 말걸.. 괜히 열심히 준비해 가지고..'

'모든 회사가 이런 걸까? 내가 있는 회사만 이런 거야?'

'사회는 참 냉혹하고 삭막하구나..'


수만 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누워있는 2평 고시원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머릿속을 정리하고자 따릉이를 빌려 한강을 달리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 보았을 때는 이쁘고 근사하게 느껴졌던 다리를 보며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팀원분들은 해당 분야에서 몇 년을 근무하시다 보니 나와 비슷한 기초 세미나는 수십 번도 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지금 다리를 보는 것처럼 세미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하고 노력했더라도 그들이 보고 있는 장표는 이 전 사람들과 비슷한 결과물일 뿐이다. 나도 똑같은 것을 계속 바라보면 감흥이 없는데, 관심을 주지 않아 섭섭함을 느끼는 것은 어리광일 것이라 생각했다. 


'우주야 징징대지 말자'


 고시원에 돌아와 '열심히 공부해서 그들이 시간을 투자할 만큼 유익한 주제로 발표하고 그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세미나를 진행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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