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은 태도에서 드러난다
얼마 전 업무를 위해 관공서에 방문하였다.
문득 눈에 들어왔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던 당시에는
별다른 의미 없이 지나쳤던 문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그 문장이 마음속에 오래 머물렀다.
오랜 기간
사건과 사람을 다루는 일을 했었다.
어느 날,
예순을 넘겨 보이는 한 남성 민원인이 찾아왔다.
그는 자신의 사건 기록을 열람하고 복사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 사건은 다른 청에 보관해 있었고,
규정상 당일 처리는 어려워
이틀에서 사흘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그 내용을 차분히 설명했다.
그러자 그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왜 다시 와야 합니까. 한 번에 안 됩니까?”
그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고,
주위 민원인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렸다.
난 순간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잠시 생각을 고르기 시작했다.
업무규정을 조용히 꺼내 보여주었다.
통하지 않았다.
다른 청에 보관된 기록이라는 점,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차분히 전했다.
공감하지 못했다.
나는 다시 말을 골랐다.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하지만
업무상 불가피한 부분을 이해해 달라고,
대신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 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의 말은 여전히 거칠었고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않기 위해
가끔 침을 삼키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시간은 길어졌고
줄은 점점 늘어만 갔다.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마치 심장을 누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떤 이는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었고
어떤 이는 애처롭게 상황을 바라보았다.
민원인은 같은 말을 반복했고
나도 같은 설명을 반복하다가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기 위해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힘주어 버티고 있던 입가의 근육이
금세라도 풀려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민원인의 목소리 톤은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했다.
“기록이 있는 청에 가면, 당일에 받을 수 있습니까?”
나는 한층 더 밝은 표정으로
위치를 차분히 안내해 주었다.
민원인은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조용히 돌아섰다.
“끝까지 웃으며 얘기하네.”
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제야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상관이 다가와
큰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표정 하나도 바뀌지 않고, 어떻게 참았지?”
“정말 고생했어.”
그 말은 이상하게도
뒤늦게나마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한 달 후,
그 민원인이 다시 찾아왔다.
“그때는 정말 큰 실례를 했습니다.”
그의 손에는
음료수 한 박스가 들려 있었다.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의 표정은 이전과 전혀 달랐고,
정중하게 인사를 남기고 돌아섰다.
그날 내가 감정을 절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착해서가 아니라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날 그 남성은 감정을 선택했지만,
태도를 선택하는 순간,
내 안에는 하나의 기준이 있었다.
‘상대와 똑같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존엄은 누군가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자신의 중심을 내려놓지 않을 때,
존엄은 비로소 드러난다.
나는 그를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