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죽었다고 하면 안 되려나요?

by 나은


문지영: 이제 우리 가족을 말할 차례입니다.

우리 아빠는.. 죽었다고 하면 안 되려나요? 실제로 없기도 하거니와, 제 마음속에서 지운 지 오랜데요...

(사이)

아빠의 취미는 도박과 가출. 돈이 필요하면 딸내미 돼지저금통도 마다하지 않았죠. 가출은 하루 이틀로 시작되어 이제는 그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2년 정도요. 엄마는 실종인 줄 알고 동네방네 뛰어다녔지만, 뭣하러요. 두 발 멀쩡한 다 큰 아저씨가 안 돌아오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문제는 내 동생 문지훈이 아빠를 쏙 빼닮았다는 겁니다. 어디 하나 진득하게 취직하지 못하고 늘 일자리를 돌며 한탕주의에 돈을 버리곤 합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과 쓸데없는 자존심이 문제였습니다. 지난번 친구에게 돈을 크게 빌려 코인에 돈을 꼬라박았을 때 정신 차리나 했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도 계속 코인 시장만 밤새도록 쳐보고 있는 거 있죠? 언제 정신 차릴래, 잔소리해도 그뿐, 이젠 방에서 나오지도 않습니다. 벌써 2년째네요.

그런데 오늘,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몇 달 만에 목소리를 낸 겁니다.


07_Whiplash 지영 : 목소리를 낸 겁니다 듣고 in


장소 : 헬스장

이준학 IN


이준학: 지영 씨 빨리요 빨리 , 더 내려갑니다! 자 엉덩이 근육을 느끼면서~


08_Whiplash 사운드 다운 준학 첫 번째 포즈 취하면 다운


이준학: 사람을 죽이러 가겠다?


문지영: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


이준학: 계획은요?


문지영: 집을 알고 있대요.


이준학: 그 여자한테 얼마 투자했다고요?


문지영: 육천만 원요.


이준학: 그 돈은 어디서 났대요?


문지영: 엄마 돈 반, 사채 반.


이준학:... 그리고 그 여자는 지금 남자친구랑 같이 살고 있고요?


문지영: 그 남자 친구, 조폭이래요. 덩치도 엄청 크고.


이준학: 그런데 어떻게 죽여요?


문지영: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덮치겠대요.


이준학: 차라리 여자를 위협해서 돈을 받아오는 게 낫지 않겠어요?


문지영: 그러기엔 진한 사랑이었다는 거죠.


이준학: 사랑이라... 실제로 만난 적은 없잖아요? 둘이 메신저만 주고받았지.


문지영: 한 번 만났대요. 돈 빌려줄 때, 집 앞에서.


이준학: 그러고 혼자 찾아갔다가 남자친구를 본 거군요..


09_Whiplash OUT 준학 : 본 거군요에 FADE OUT


둘은 잠시 침묵한다.


동시에

이준학: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남재희: 그럼 이렇게 하자.


이준학 그 대사를 마지막으로 멈춘다.

남재희 IN > 이준학 OUT


장소 재희의 차 안


남재희: 일단 커피를 먼저 먹고, 산책을 하다가 밥을 먹는 거야.


문지영: 여기서 좌회전. 아니 우회전! 아 미안해.


남재희: 괜찮아. 돌아가면 새로운 길을 보게 되니 좋지. 너랑도 더 같이 있고.


문지영: 넌 뭐가 맨날 그렇게 괜찮아?


남재희: 넌 매번 뭐가 그리 급하냐? 지금 우리가 같이 있다는 게 중요하지.


문지영, 답이 없다.


남재희: 지영아, 잠깐 걸을까?


문지영: 아니. 바다 보러 갈래


남재희: 갑자기?


문지영: 왜? 싫어?


남재희: 아니, 난 뭐 상관없긴 한데..


문지영: 그럼 속초로. 아니, 강릉. 아니 부산 갈까?


남재희: 야야야, 진정해


문지영: 멀리. 되도록 멀리 가고 싶어.


남재희: 오케이 콜. 그럼 일단,, 해안도로 쪽으로 갈게. 이 차가 버텨줄지 모르겠다


문지영: 나랑 놀러 가기 싫구나?


남재희: 에이 장난해?


문지영: (재희를 쳐다본다)…


남재희: 아니 왜! 내가 너 보다 훨씬 신나거든? 장담하는데 내가 너 지금 너 보다 백배는 설레


문지영: 난 천배 설렌데?


남재희: 난 만배!


문지영:.. 우리 되게 꼴값이다


남재희: 뭐라고? 꼴값? 그거 얼만데 사줄게.


문지영: … 나 내릴래.


남재희: 닥칠까?


문지영: 그럴까?


남재희: 그러자.


말없이 운전하지만, 계속 웃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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