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카페 나지트
지영 테이블에 앉아있고, 재희 등장.
문지영: …
남재희: … 여긴 여전히 책이 많다
문지영: …
남재희: … 미안해
문지영: … 뭐가?
남재희: 그때 혼자 두고 가서
문지영: … 내가 억지 부린 거잖아 마음 쓰지 마
남재희: 어떻게 마음을 안 써
문지영: …
남재희: 생각 정리는 잘했어?
문지영: …응
남재희: 내가… 널 많이 숨 막히게 했어?
문지영: 그런 거 아니야 그때는
남재희: 사실은 알고 있었던 거 같아. 내가 널 많이 힘들게 하는구나. 네가 나 때문에 숨을 못 쉬고 있구나 뭐 이런 것들? 근데 내 욕심에 네 마음도 모르고 너한테 섣부르게 다가갔던 거 같아 미안해
문지영: 사과하지 마.
남재희: 아니야 미안해. 지영아 내가..
문지영: 사과하지 마!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야.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 좋은 사람 아니야.
남재희: 뭐 때문에 죄책감이 드는데. 너 나한테 죄지은 것도 없고 미안해할 것도 없어 근데 왜 자꾸 사과하는데. 그럼 적어도 나한테 납득을 시켜줘야 될 거 아니야. 왜 혼자 사과하고 사람 불편하게 만들어.
문지영:...
남재희: 그래 네 말대로, 나 아무것도 없어. 엄마도 챙겨야 되고, 집에서도 못 나와.
근데.. 나 너랑 손잡고 싶어. 너랑 영화 보러 가고 싶고, 너랑 같이 와인 한 잔 하고 싶어. 그게 다야.
문지영:...
남재희: 지영아, 내가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문지영: 나 사실 너 말고도 만나는 사람 있어.
남재희: (사이) 그 사람으로 결정한 거야?
문지영: 알고 있었어?
남재희: 네가 원하는 거야?
문지영: 뭐?
남재희: 네가 진짜 원하는 거냐고.
문지영: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그거 착각이야.
남재희: 넌 잘 알아?
문지영:... 야
남재희: 넌 누구보다도 너 자신을 몰라. 나보다도 몰라.
문지영: 그만해.
남재희: 도망치지 말고!! 여기 우리를 봐. 네 앞에 있는 나를 봐. 나를 만져, 붙잡아.
그리고 선택해. 구질구질해도 끝까지 가보겠다고, 붙잡겠다고!
문지영:...
남재희: 결혼해, 나랑.
문지영:...
남재희: 내가 행복하게 해 줄게. 네가 하는 고민, 나한테 덜어놓게 해 줄게. 한 번만 나 믿어봐. 우리 둘이 합쳐지면 뭐든 못할 게 없어. 얼마나 행복하겠어 지영아..
문지영: 모든 게 명확해진다. 아주 오랜만에 명확해진 기분이야.
나한테 뭐가 필요한지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나도 나한테 뭐가 필요한지 몰랐어.
기다려주길 바랐어. 오래 걸려도,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찾아내길 기다려주길 바랐어.
남재희: 지영아
문지영: 재촉하고 다그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선택을 해도 상관없다고, 천천히 기다려주길 바랐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네가 알아주길 바랐어.
난.. 끌려가고 싶지 않아.
지영, 뒤로 돌아 뛰어간다.
입장하던 이준학과 부딪힌다.
이준학: 지영 씨! 왜 이리 급해요? 나한테 좋은 소식 들려주려고 급하게 오는 거예요?
문지영: 준학 씨, 할 말이 있어요.
이준학: 그래요, 난 준비 다 됐어요. 말해줘요.
문지영: 그러니까 난,,
이준학: 잠시만요. 이 타이밍에 듣고 싶은 노래가 있어요. 그 노래를 좀 틀어도 될까요? 물론 마음에 들 겁니다.
문지영: 잠시만요, 준학 씨. 이번엔 내 계획에 따라줘요.
이준학: 그래요,, 그럼. 이야기해 봐요.
(사이)
문지영: 나는 늘 구질구질하고, 보잘것없다고 남들과 비교만 했어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흐릿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들이 지겨웠어요. 흔해 빠진 사랑 한 번 못해보는 것도 손해 보기 싫어서였어요. 물음표가 무서웠고, 느낌표인 삶을 꿈꿔왔어요.
하지만 삶은요, 물음표가 많아서 재미있는 거예요. 늘 불안하고, 온전하지 않아서.
정해져 있지 않아서 자유로워서 재미있는 거예요.
그런데 당신과 함께 하는 삶은 답안지를 보고 푸는 문제집 같아요.
백점은 쉽겠지만 과정은 날아가죠.
이렇게 머리가 맑은 적은 처음이에요.
미안하지만 당신의 시험지에 오답을 남길 수밖에 없겠어요.
당신의 청혼을 거절합니다.
14_OUTRO IN 지영 : 거절합니다 듣고 인
나는 달아납니다.
나는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 자유를 선택합니다.
나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습니다.
문지영: 엄마, 난데. 오늘 밤 비행기로 파리에 가자.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