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늘 타인의 몫이라 생각했다.
누군가의 삶을 대신 정리하고, 말의 맥락을 다듬으며 그 선택이 어떤 구조에서 나왔는지를 설명하는 일이
내 일이었다. 그렇게 20년을 쓰다 보니 정작 내 삶은 문장 밖에 남겨두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내 삶 역시 쉼 없이 흘러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이야기를 문장으로 남기려 하면 항상 “아직은 아니다”라는 말로 뒤로 미뤘다.
쓰지 않은 이야기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이해되지 않은채로 남는다는 걸, 나는 꽤 늦게 알았다.
기록은 늘 타인의 몫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를 위해 써야 할 시간이 되었다.
기자는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오래된 직업의 습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내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이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일상이 예전과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은 계속하고 있었지만, 이전과 같은 확신은 점점 흐려졌다.관계도, 돈도, 커리어도 한동안 유지되던 질서에서 조용히 벗어나고 있었다. 취재하듯 이유를 정리해보려 했지만 이번에는 문장이 쉽게 따라오지 않았다. 분석은 가능했지만, 이해는 그만큼 따라오지 않았다.
그때 비로소 알았다.
남의 삶을 아무리 오래 기록해도 내 삶을 쓰지 않으면 중요한 장면은 끝내 공백으로 남는다는 것을.
이 글은 해답을 제시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다. 잘 버텨온 이야기나 성공의 서사를 꺼내놓기 위한 글도 아니다.
다만 삶과 돈, 커리어의 전환기를 지나며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천천히 확인해 보기 위한 시도에 가깝다.
이제는 타인의 삶이 아니라, 내 삶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기록의 시작 #전환기의 삶 #기자출신 작가 #커리어 리셋 #중년의 사유 #삶을 다시 쓰다 #브런치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