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서 무너졌던 감정들

by 박해경

삶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감정이 아니라 돈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돈 그 자체보다 돈을 둘러싼 감정들이었다. 불안, 수치심, 초조함, 그리고 말하지 못하는 고립감. 기자로서 수없이 취재했던 단어들이, 어느 날부터는 내 일상의 언어가 되었다.

돈 이야기는 늘 조심스럽다. 특히 ‘부족함’에 대한 고백은 너무나 큰 용기를 요구한다. 사회는 아직도 개인의 재정 문제를 능력의 문제로 환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황보다 자신을 먼저 탓한다. 숫자를 계산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대신에 감정을 숨겼다. 어디서 잘 못된 것일까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삶이 흔들린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만 했다. 죽기보다 싫었지만.

어릴 때부터 쌓아왔던 돈에 대한 정의나 돈의 사용법 등은 나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었다.

돈이 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깨지는 순간, 요란하게 흔들리고 롤러코스트처럼 격동하는 감정의 선들을 가라앉히고 가라앉히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돈이 어려워지자 사람 관계도 변했다. 먼저 연락하는 쪽이 늘 나라는 사실이 선명해졌고, 불필요하게 자존심이 예민해졌다. 돈은 침묵하지만, 관계와 선택을 통해 계속 말을 걸어왔다. ‘지금의 삶이 지속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아주 노골적으로.

기자로 살며 수많은 경제 기사를 썼지만, 정작 개인의 돈 이야기는 기사에 잘 담기지 않는다. 숫자 뒤에 숨은 감정은 늘 삭제된다. 그러나 삶에서는 그 감정이 핵심이다. 돈이 줄어들 때 무너지는 것은 통장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신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돈의 문제를 감정의 문제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삶의 전환은 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면할수록 문제는 커지고, 직면할수록 길은 보인다. 이건 기자로서의 결론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체감이다.

지금 나는 완벽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이전과 다른 태도를 선택했다. 숨기지 않고, 과장하지 않고, 기록하는 것. 돈 앞에서 무너졌던 감정들을 정확히 언어로 남기는 일. 그것이 다시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믿는다.

이 연재는 성공담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실패를 지나며 방향을 다시 잡아가는 기록이 될 수는 있다.

그리고 어쩌면, 같은 지점에서 멈춰 선 누군가에게 조용한 동행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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