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

by 박해경

혼자는 실패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정렬하기 위한 상태였다.


혼자가 된다는 말에는 늘 결핍의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외로움, 고립, 단절. 우리는 오래도록 혼자를 부정적인 상태로 배워왔다. 그래서 관계가 느슨해지거나, 연락이 줄어들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처럼 받아들인다. 나 역시 그랬다. 혼자가 된다는 것을 실패의 다른 이름으로 오해했다.

그러나 전환기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점점 혼자가 되어갔다.

의도한 선택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설명해야 할 대상이 줄었고, 의견을 구할 사람도 적어졌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모든 결정의 책임이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이 버거웠다. 혼자는 자유가 아니라, 책임의 다른 표현처럼 느껴졌다.

관계는 때로 안전망이 되지만, 동시에 판단을 흐리게 하기도 한다.

타인의 기대를 고려하다 보면 자신의 감각은 점점 희미해진다. 나는 오랫동안 사람들 속에서 방향을 찾으려 했다. 조언을 구하고, 사례를 비교하고, 다수의 의견에 기대어 선택을 정당화했다. 그 방식은 안정감을 주었지만, 정확하지는 않았다.

혼자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들리는 질문들이 있었다.

지금 이 선택은 정말 내가 원하는가, 아니면 실망시키지 않기 위한 결정인가. 이 관계는 나를 확장시키는가, 아니면 소모시키는가. 혼자는 이런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답을 미룰 수 없다는 점에서, 혼자는 가장 정직한 상태다.

물론 혼자가 항상 편안한 것은 아니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탓할 대상이 없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부담이다. 그러나 동시에, 선택의 공을 온전히 자신에게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혼자는 단단하다. 누구의 기대도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삶을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혼자는 고립이 아니라 준비였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전, 삶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정지 상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불필요한 관계와 소음을 걷어내는 시간이었다. 혼자 있어야만 보이는 방향이 분명히 있었다.

나는 이제 혼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답을 혼자서 찾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반드시 혼자의 시간을 통과하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관계는 선택 이후에 다시 맺어도 늦지 않다.

이 연재에서 말하는 혼자는 외로움의 미화가 아니다.

그건 삶의 방향을 다시 잡기 위한 필수 조건에 가깝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결국 자기 편이 되는 일이다. 그리고 전환기에는, 그 한 사람의 편이면 충분하다.



전환기의 혼자는 고립이 아니라 준비다.

삶이 요구하는 다음 선택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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